코로나19 대유행에 맞춰 치료제 개발을 선언했던 제약사들이 1년 넘게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서 임상이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백신이 대거 상용화된 데다가 국내외에서 기대를 모았던 일부 치료제들이 임상에 실패하면서 제약사들이 임상 진행에 부담감을 호소하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중인 일부 업체들이 임상 지속 여부에 대해 내부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임상은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셀리드, 제넥신, 진원생명과학까지 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제넥신과 셀리드는 임상 2상에 진입했고 기타 업체들도 하반기 임상 3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치료제는 15개가 임상을 진행중이다.
문제는 개발 기간이 1년째를 맞으면서 각 백신·치료제들의 실제 성적표가 공개되고 있다는 점. 기대를 모았던 일부 치료제들이 임상에 거듭 실패하면서 개발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달 초 이머전트가 개발중인 혈장치료제는 임상 3상에서 실패했다.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와의 병용요법 효과를 살폈지만 효능 입증엔 실패했다.
종근당도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주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요청했지만 근거 미약을 이유로 거절됐다. 평가 결과, 유효성 주평가지표인 임상적 개선 시간 및 바이러스 검사결과의 음성 전환 시간 모두 위약군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업체간 경쟁적으로 '무조건 개발'을 외쳤던 입장에서 다소 중립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개발에 성공한 셀트리온 역시 추가로 개발하려던 예방적 항체치료제는 참여자 모집 어려움 등을 사유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포기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을 개발중인 A 제약사 관계자는 "이미 다양한 백신이 상용화됐다"며 "후발주자 입장에서 비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임상 지속 여부를 신임 임원진에게 결정을 맡기자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해외 다국적 제약사들이 임상 2~3상에 조 단위의 돈을 들인것만 봐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귀띔했다.
이어 "현재까지 투입된 개발 비용은 10억원 단위로 그리 크진 않지만 영장류 대상 임상엔 최소 50억원이 들어간다"며 "임상이 고도화될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고심이 깊다"고 덧붙였다.
수백억원의 비용을 들여 백신 개발에 성공해도 이미 상용화된 백신들이 시장을 선점해 수요가 떨어진다면 투자비는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약물 재창출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B 바이오업체도 국내에서의 환자 모집 난항으로 해외 임상 진행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B 업체 관계자는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면 백신이 무력화될 수 있어 치료제는 치료제만의 독자 영역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국내에선 환자를 모집할 수 없어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임상을 선회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시장만 선점하더라도 업체 입장에서는 큰 성과로 판단하기 때문에 임상은 지속할 생각"이라며 "코로나를 테마로 워낙 주가가 많이 부양됐고 또 주주들 역시 해당 주제에 민감해하기 때문에 임상 철회를 선언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