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패치 등 웨어러블 이어 스틱형 홀터도 급여 안착 의사 처방시에만 급여 가능…판독료 부분 의견 엇갈려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하던 심전도 검사가 속속 병원 밖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른바 포터블(휴대형) 심전도기기들이 속속 허가를 받으며 급여권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이에 대해 실제 임상 의사들은 일정 부분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정확도와 판독료, 모호한 급여체계 부분을 지적하며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과도기적 진통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틱형 홀터심전도 '카디아모바일' 마침내 급여 인정
안국약품(대표이사 어진)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스틱형 홀터심전도 기기인 카디아모바일에 대한 요양급여를 인정받았다고 15일 밝혔다.
카디아모바일은 얼라이브코어사가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유럽 CE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안국 약품은 이에 대한 공동 판매를 맡고 있다.
안국약품은 이번 급여 등재로 일선 일차의료기관에 카디아모발일에 대한 영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의사 처방시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원가에 카디아모바일을 적극적으로 보급하겠다는 계획.
현재 카디아모바일은 부정맥의 3가지 증상, 즉 심방세동과 빈맥, 서맥을 분석해 심방세동을 조기 지원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5개 이상의 전극을 부착한 채 장치를 몸에 달고 24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과거 홀터심전도기기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가장 큰 특징. 이동이 가능한 스틱형으로 손가락을 대면 심전도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러한 특징을 기반으로 카디아모바일은 다양한 임상시험 등을 통해 유용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관련 논문만 100여편에 달할 정도로 지금까지 나온 휴대형 심전도기기 중에서는 가장 많은 근거를 갖췄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유럽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서 의사의 판단 아래 심방세동 임상 진단이 가능하다고 언급될 정도로 카디아모바일은 검증된 개인용 심전도기기"라며 "이를 기반으로 일차의료기관에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휴대형 심전도 기기 속속 급여권 진입…청구 코드 동일
카디아모바일이 휴대형 홀터심전도기기로는 처음으로 급여를 인정받았지만 사실 유일한 이동형 제품은 아니다. 이미 웨어러블을 기반으로 하는 기기들이 급여권에 안착해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먼저 급여권에 진입한 것은 바로 손목시계형 심전도기기인 휴이노의 '메모워치'다.
규제 샌드박스의 혜택을 입은 휴이노는 2019년 국내 최초로 웨어러블 심전도기기로 등록됐으며 지난해 5월 마침내 급여권에 진입하며 최초의 역사를 썼다.
휴이노의 청구코드는 '일상생활의 간헐적 심전도 감시(E6546). 카디오모바일이 급여로 들어올 수 있는 문을 휴이노가 열어준 셈이 된다.
작동 원리도 사실상 유사하다. 환자가 시계의 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심전도가 측정되며 이를 인공지능(AI)가 분석해 비정상적 심전도가 감지되면 의사와 환자에게 그 내용을 보여준다.
웨어러블은 시계형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웨어러블 심전도기기는 시계형과 패치형이 양분하고 있다.
씨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하고 대웅제약이 판매중인 '모비케어'가 급여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패치형 심전도기기다.
모비케어는 초소형 패치를 가슴해 부작하면 심전도와 심박수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휴대폰 어플로 보여주며 이 역시 비정상적 징후가 감지되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사와 환자에게 경고를 울린다.
에이티센스가 개발한 '에이티패치'도 급성장하고 있는 제품이다. 특히 에이티패치는 현존하는 제품 중 가장 장시간인 14일 연속 사용이 가능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제품이다.
에이티센스 김훈 영업마케팅본부장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전세계 1위 사업자인 미국 아이리듬의 최대 14일 심전도 검사로 맞춰지고 있다"며 "이에 맞춰 에이티패치도 FDA와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 식약처 의료기기 등록을 14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상 현장에서는 의견 갈려…기대와 우려 공존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실제 임상 의사 사이에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공존하고 있다.
일단 긍정론적 입장에서는 정확도가 전제된다면 환자의 편의성 면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부정맥학회 김진배 정책이사는 "임상 현장에서 웨어러블 활용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 강한 방향성을 띌 것으로 본다"며 "의사와 환자 모두 더욱 편리하고 간편하게 정밀한 값을 얻을 수 있다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적어도 심부전 영역에서 웨어러블 방식을 통한 연속 측정은 예후와 연결되는 강력한 요소"라며 "학회 차원에서도 데이터 수집과 판독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을 준비중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부정론적 입장에서는 오차 보정 등 정확도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하며 특히 급여 적용에 대해서는 전제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선택적 급여가 진행되면 오히려 혼란만 불러올 수 있다는 것.
대한심장학회 임원인 A교수는 "물론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혈압도 마찬가지로 자가 측정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판독과 수가에 대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급여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기 쉽지 않지만 일부 제품은 자가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해와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심장학회 회장을 지낸 B원장은 "처방이 나간 제품에 대한 판독은 급여가 적용되니 그렇다 치고 그렇지 않은 판독에 대해서는 오해와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그냥 결과지나 화면을 가져와 판독을 해달라고 한다던지 저 환자(처방이 나간)는 해주면서 왜 나는(개인 구매한 환자) 안해주냐고 하는 등의 혼란이 일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특히 만약 기기에서 내놓은 결과가 완전히 오진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데 그럴때 무조건 내가 맞다고 강요하면 환자들의 오해도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진다"며 "결국 모호한 급여 체계와 수가로 인해 판독 행위에 대한 대가는 무시된 채 환자들과의 갈등만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