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실장 출신 일중독 공무원…사통망 개통·특검 증언 일화 '회자' 의료전달체계·보장성 강화 가속…의료단체, 이태한 수석 대응전략 '골몰'
"보건복지부 실장 출신 이태한 사회수석 임명은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등 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새판짜기를 위한 포섭으로 관측된다."
의료단체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의 이태한 신임 사회수석 인선 배경을 이 같이 전망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16일 이태한 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를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하는 비서관 인사를 단행했다.
이태한 신임 사회수석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1958년생 전북 정읍 출신으로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후 행정고시 31회로 복지부에 입사했다.
이태한 사회수석은 직장 생활을 거친 늦깎이 고시 출신으로 행시 동기인 복지부 권덕철 장관(1961년생, 전북 남원, 성균관대 사회학과)보다 연배가 높다.
그는 복지부 복지정책관과 보건의료정책관, 보건의료정책실장, 인구정책실장 등을 거쳐 명예퇴직했다. 그 이후 단국대 보건복지대학원 초빙교수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초빙교수, 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를 역임했다.
청와대 사회수석은 복지부 뿐 아니라 사회정책, 교육, 문화, 여성가족 등 4~5개 중앙부처를 총괄하는 자리이다.
이태한 사회수석 임명 후 문 정부 보건의료 정책에 변화가 있을까.
그를 잘 아는 의료단체 임원들은 '의료계도 복지부도 수월치 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태한 사회수석을 '지독한 일 중독자'라고 정의했다.
의료계 표현이 과장되지 않았음은 그의 복지부 재직 시 사례를 보면 유추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9년 복지정책관 재임 시 청와대에서 하명이 떨어졌다. 모든 복지 지출을 전산화해 예산의 이중적인 지출을 없애는 사통망 미션이다.
당시 이태한 복지정책관은 민간 전문가와 업체 등으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해 국가 차원의 사통망을 2010년 개통했다.
그가 간이침대에서 먹고 자면서 사통망 개통 일까지 전산 시스템을 일일이 점검하고 시뮬레이션하면서 단기간 내 구축한 일화는 복지부 내부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다른 일화는 2017년 전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서 보여준 그의 소신이다. 복지부 장관까지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에서 특검의 칼끝은 복지부 공무원으로 향했다.
당시 특검은 복지부 연금정책국을 압수수색 한데 이어 관련 국·과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강도 높은 신문을 이어갔다. 요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복지부 공무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다.
2015년 8월 이태한 인구정책실장은 이미 20년 공직생활을 마감한 상태였다. 연금정책국을 총괄했던 그는 특검에 자진 출석해 박근혜 정부의 지시 상황을 개진하면서 후배 공무원들의 무고한 희생을 최소화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복지부를 떠난 후에도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이태한 사회수석의 장점이나 단점은 업무에 있어 가혹할 만큼 냉정하다는 것이다. 복지부 실장과 건강보험공단 감사 재직 시절 사업의 실효성과 완성도를 철저히 검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장에 기반 하지 않은 탁상행정과 땜질행정 사업 방안은 혹독한 개선을 요구했다.
의료단체는 이태한 사회수석 대응 전략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의사협회 이필수 당선인 측은 "이태한 사회수석이 단순히 코로나 백신 수급과 예방접종을 위해 임명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하고 "보건정책 변화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종별 역할과 기능을 명시한 관련 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 대선 정국까지 청와대가 추진 동력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내다봤다.
병원협회 한 임원은 "이태한 사회수석이 조용히 임기를 마칠 인물이 아니다"라면서 "의료전달체계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완성하는 밑그림을 마련하고 여당의 정권 재창출 미션을 어떻게 수행할지 지켜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의료계와 크고 작은 갈등이 동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 역시 긴장하는 형국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태한 사회수석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선배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장관과 행시 동기라는 점과 업무 추진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보건의료 부서가 바빠질 것 같다"고 귀띔했다.
현재 청와대 보건의료 핫라인인 이태한 사회수석(1958년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행시 31회)과 류근혁 사회정책비서관(1964년생, 인하대 행정학과, 행시 36회) 그리고 정경실 사회정책비서관실 선임 행정관(1972년생, 숙명여대 행정학과, 행시 40회) 모두 복지부에서 한 솥밥을 먹은 선후배 공무원들이다.
이태한 사회수석은 취임 인사를 통해 "아주 중요한 시기에 청와대 사회수석 자리를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민들이 하루 빨리 코로나라는 악몽을 떨쳐버리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불평들이 야기될 수 있고, 격차와 소외현상이 생길 수 있다. 그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대통령을 보좌 하겠다"고 각오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