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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제대혈 연구 면역세포치료제로 결실 맺겠다"

발행날짜: 2021-04-26 05:45:50

이영호 한양대병원 교수
메디포스트 자회사인 이뮤니크 CEO로 4월부터 업무 돌입
"연구를 위한 연구 이제는 그만…실제 환자치료 도움 주고파"

제대혈 이식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영호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부터 그의 새 직함은 '이뮤니크' 대표이사다.

국내 최초로 제대혈 조혈모세포이식까지 성공하며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몰려오던 소아암 명의가 왜 바이오 벤처에서 눈을 돌려 새로운 도전에 나섰을까.

이영호 이뮤니크 대표 겸 한양대병원 교수는 최근 1인 2역을 하고 있다. 주 5일을 병원과 판교 이뮤니크 본사를 오가며, 환자를 돌보는 동시에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이뮤니크 대표이사로 본격 업무를 하고 있는 이영호 교수를 만나 바이오벤처로 뛰어든 이유를 들어보고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등 앞으로의 포부를 물어봤다.

30년 제대혈 연구 "실제 환자치료 적용하고파"

이영호 이뮤니크 대표는 사실 동아대병원을 거쳐 한양대병원에까지 32년 간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돌봐오며 의사라면 누구나 꿈꿔오던 삶을 살아왔다.

그는 1998년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제대혈 이식에 성공했으며, 2000년 부산경남지역 제대혈 은행을 설립하는 등 자타공인 국내 제대혈 환자치료와 연구를 이끌어 온 주역이다.

이를 계기로 이영호 대표는 2011년 '제대혈 연구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 및 시행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현재도 뇌성마비, 소아당뇨, 자폐증에 대한 제대혈 세포치료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등 국내 제대혈 연구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로부터도 이 같은 경력을 인정받아 국가 제대혈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소아암 권위자로도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탄탄대로를 걸으면서도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인생의 방향을 바꾼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제대혈 관련 보건‧의료 정책의 틀을 잡았다고 자부심을 가졌지만 이를 실제 환자치료에 적용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지난 2~3년 전까지 주요 대학병원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실제 제대혈 유래 치료제 개발을 국가과제로 해 도전해봤지만 번번이 탈락했다"고 회상했다.

그 사이 이 대표의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욕구를 알고 있던 의사 출신인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가 자회사인 이뮤니크 CEO를 제안하면서 결국 바이오벤처 대표로서의 그림이 완성됐다.

양윤선 대표와 이 대표는 이전부터 제대혈 관련 용역과제를 수행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국내 최초로 제대혈 이식에 성공한 이후 2001년에 메디포스트에 보관돼 있던 제대혈을 가지고 조혈모세포이식에 추가로 성공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이 대표는 "바이오벤처에 뛰어들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계기는 연구를 위한 연구를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실제 환자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선 직접 바이오벤처에 뛰어들어 적용 가능한 부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힘줘 말했다.

"면역치료제 개발 후발주자 분명…미국 바이오벤처 협력"

이뮤니크는 동종 제대혈에서 분리, 배양한 면역조절 T세포와 NK(자연살해)세포에 줄기세포를 활용해 치료 효능이 증진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면역항암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이다.

다만, 국내에서 NK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개발에 선두 자리에 있는 국내 기업들과는 차별성을 갖고 개발 연구를 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암세포를 죽이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NK세포와 조절 T 세포(Regulatory T cells (Treg))를 줄기세포와 융합한다는 기본 적인 계획이다. 여기서 조절 T세포란 면역계를 조절하는 T 세포들 중 한 그룹으로, 자가항원에 대한 관용(Immune-tolerance)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가령,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는 조절 T 세포의 수가 줄어들거나 기능이 저하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 대표는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의 대세가 NK세포지만 이뮤니크는 이보다 조절 T 세포에 초점을 두고 기존 바이오벤처와는 차별성을 갖고 개발에 임할 계획"이라며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뮤니크는 후발주자다. 다른 회사에 비해 늦은 출발이기에 충분한 검토를 가지고 파이프라인을 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이뮤니크는 NK세포와 조절 T 세포 융합 면역세포치료제 연구를 하고 있는 미국 의료기관과 바이오벤처 등과도 손을 잡고 연구를 함께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현재 논의 중인 미국 바이오벤처와 공동연구를 해 나가는 방향이 메리트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해당 바이오벤처가 조절 T 세포 연구에 앞서 나가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잠정적으로 함께 연구하면서 자가면역질환에 치료제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최근 의사들이 제약‧바이오는 물론 다양한 스타트업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선 긍정적인 해석을 내렸다.

이 대표는 "대학병원 교수로 이제 정년이 3년 남았다"며 "이전에 생각 못했지만 바이오벤처라는 필드에 나와 보니 의사의 창업활동을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왜 구축하지 못했나라는 후회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자신의 전문분야를 구축한다면 어떤 분야든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