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확대 추진 중인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를 놓고 의료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과 강압식 과태료 부과에 혼란이 불가피한 것.
일선 개원가에선 "제도 자체가 위헌 소지가 많아 헌법소원이 진행 중인데다, 의료계와 어떠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는데 걱정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의료계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를 놓고 의료계와 치의계, 한의계가 공동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한편 일선 개원가들에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당장 오는 6월 1일까지 비급여 항목 중 공개 항목(616개)에 해당하는 항목별 진료비용 자료를, 심평원 요양기관 업무포털 시스템을 통해 제출해 달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
더욱이 의료기관이 비급여 자료를 특별한 사유 없이 제출하지 않을 경우, '2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는 동시에 심평원 홈페이지에 자료 미제출 기관으로 공지될 예정이기도 한 것이다.
일단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도 해당 사안에 의‧정간 논의가 진행 중인 바, 지침이 확정될 때까지는 진료비용 자료 제출을 유보해 줄 것을 각 시군의사회 및 병원 소속 회원들에 요청한 상황이다.
시도의사회 한 관계자는 "해당 사안과 관련 TF팀도 구성됐고 의정간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사안이었다. 이미 2차 회의까지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그대로 논의 단계에서 일방적으로 공문을 보내 6월까지는 모든 진료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는 행동이 과연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겠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상 테이블을 통해 유예기간이나 과태료 적용 부분, 비급여 고지 제도의 근본적 문제점을 어떻게 수정 보완할지 전문가 컨센서스도 모으지 않고 강행했기에 논란을 점점 더 키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자료제출을 위해 비급여 코드를 전부 등록하거나, 환자 진료내역을 보고하는데 부담과 우려가 같이 나온다. 헌법소원이 진행 중인 사항으로, 취합한 자료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상당한 것이다.
"과태료 처분? 일방통행 당혹스러워"..."행정기관 역할 병의원에 떠넘기는 꼴"
지방 소재 성형외과 개원의는 "자료 미제출로 과태료 처분을 내린다는데 당혹스럽기는 하다. 한달 정도 시간이 남은 셈인데, 의사회측에 문의도 넣고 대안을 찾아보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세부목록을 보면 본래 비급여 고지 취지와도 달라 도통 뭘하겠다는 얘긴지 잘모르겠다"며 "같은 비급여 항목이라고 해도 병원, 진료과목마다 비용이나 시술시간이 모두 다르다. 모호한 기준을 만들어서 횟수, 종류 등을 모두 보고하라는 것에는 다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나"고 꼬집었다.
서울 소재 S내과 원장은 "진료자료는 어떻게 재가공하느냐에 따라 사생활 침해, 연령 및 계층간 갈등 등을 다양하게 유발시킬 수 있다"면서 "특히 진료내역을 보고하는 것은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상당하다"고 걱정했다.
그는 "정부가 비급여 코드를 표준화해서 보고하라 하면 그래도 모르겠지만, 개별 병원에서 코드를 다 넣으라고 한다. 결국 행정기관의 역할을 의료기관에 다 떠넘기는 셈인데, 주변 의원에서도 불만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계와 치과계에서는 이러한 부당함을 근거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8일 치과의사회, 한의사회와의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강원도의사회 김택우 회장은 "반대 기자회견 등 일련의 단체행동을 하는 것은 비급여 고지 강제성에 대한 부당함에 전문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모든 제도와 법이 그렇지만 사전에 의견을 조율하고 협의가 필수적이다. 불합리한 요소들이 많다보니 개선을 해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소원을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해당 법안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라면서 "의협과 의사회에서도 대안을 만들고 있다. 일방통해식으로 내리는 정부 정책의 잘못된 점을 의협이나 의사회가 개선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김 회장은 "정부는 비급여를 왜 만들었는가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봐야 한다. 그리고 비급여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에 대한 답은 주지 않고 단순히 '국민의 알 권리'로 포장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지 답답한 심정일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