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생산 중단을 결정하면서 이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4가 독감 백신 시장 선두자리에 공백이 생긴 만큼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
또한 더딘 코로나 백신의 접종과 NIP 확대 기조의 연장 등 올해 역시 독감 예방 접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독감백신 공백…빈자리 공략 고민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 백신 생산에 집중하겠다며 올해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의 생산 중단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스카이셀플루는 지난해 매출은 아이큐비아 자료 기준 약 638억 원으로 전체 독감백신 중 1위를 차지한 만큼 여파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 2위인 GC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의 515여억 원과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독감 백신 접종은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NIP) 접종의 시작인 9월 초부터 시작되지만 오는 8월 경 국가출하승인 일정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물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설정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독감백신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양 축인 사노피와 GSK 모두 현 상황을 두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양사 중에서는 사노피가 먼저 물량 확대를 사실상 공식화한 상황.
사노피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독감 백신 물량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본사와 협의 중인 상황이다"며 "아직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GKS의 경우 아직 독감백신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지만 내부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고민은 국내사도 마찬가지. 보령홀딩스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시장 상황 예측이 어려워 백신 물량을 확정하긴 어렵지만 물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걸로 보고 당국과 긴밀한 협조 속에 시장 상황을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한 가지 변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백신 생산 중단 결정과 별개로 영업망을 활용한 판매는 지속한다는 점.
즉, 몇몇 제약사의 독감백신 물량 확대는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 영업망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독감백신을 생산하진 않지만 영업망을 활용해 판매를 하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아직 다양한 회사를 검토하는 단계로 외자사, 국내사를 구분하지 않고 판매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NIP대상 확대 올해도?…코로나 백신 접종 변수 전망
현재 각 제약사들이 독감 백신을 두고 주판알을 굴리는 가장 큰 이유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결정이지만 또 다른 고려 사항도 있다. 바로 NIP 대상 확대와 코로나 백신 접종이다.
지난해 독감 백신 생산분은 약 2964만도즈로 2019년 507만 명분 보다 20% 증량된 수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팬데믹을 막기 위해 NIP 대상을 늘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
기존의 NIP 대상은 생후 6개월~12세, 임산부, 만 65세 이상 노인이였지만 지난해의 경우 생후 6개월~18세, 만 62세 이상 노인으로 확대됐다. NIP 대상이 늘어난 만큼 자연스럽게 필요한 독감백신 물량도 늘어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이와 함께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자칫 독감에 걸릴 경우 코로나 증세와 비슷해 혼란이 우려돼 유료접종도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물량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0-21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5일 기준 NIP 접종대상자별 접종현황은 총 1355만 건으로 여기에 자발적으로 입력된 669만 건을 포함해 2024만 건의 독감백신 접종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진 NIP 대상 확대에 대한 예산이 따로 책정되지는 않아 기존의 NIP 대상만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지난해도 독감접종을 앞두고 추경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상군 확대의 길이 완전히 막혀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코로나 백신 접종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원활하기 이뤄질 경우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하고 코로나 팬데믹을 우려해 독감백신 접종을 확대할 필요가 없기 때문.
그러나 질병관리청 발표한 4월 말 기준 코로나 백신 접종은 300만 명 수준으로 백신 물량 확보 어려움 등으로 기존에 목표했던 1분기 접종 목표치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돼 3분기까지 백신접종 숫자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에는 독감 NIP 대상 확대가 반복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A내과 원장은 "지난해 독감 백신 사망 이슈 등이 있었지만 NIP와 별개로 백신을 맞겠다는 환자가 늘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코로나 백신 접종 등의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상황만 봤을 땐 올해도 백신을 찾는 환자가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독감시즌 환자 뚝↓…시장 축소 될 수도
한편, 독감백신 시장과 관련해 또 다른 변수는 지난해 코로나 대유행으로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상이 강화되면서 독감 환자가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2020-2021절기 1월 1주차와 2주차의 인플루엔자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2.4명에 불과했다.
지난 해 같은 기간인 2019-2020절기 1주차와 2주차에는 각각 49.1명과 47.8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20분의 1로 환자가 줄어든 셈이다. 이를 더 확장해 2020-2021절기 13주차까지 넓혀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경기도 B이비인후과 원장은 "독감환자가 거의 없어 이번 시즌 통틀어서 타미플루 처방이 3건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독감 유행 시 20~30건씩 처방을 했던 것을 고려하면 독감 환자 자체가 아예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바 있다.
개인위생 등을 이유로 독감환자 감소를 경험한 상황에서 독감백신 접종의 필요성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
특히, 독감백신이 남을 경우 덤핑을 실시하거나 의료기관 반품 후 폐기처분을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도 제약사가 시장상황을 낙관에 물량 확보를 선택한 뒤 예상보다 낮은 매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일단 대부분 제약사는 NIP규모가 확정된 이후 비급여 시장을 고려한 물량선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독감백신 시장 규모의 감소를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제약사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