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한의계 단체 반발 이어져 "의원급 기관 선행과제 산적" 616개 항목 간소화·진료과별 분류 필수..."행정처분 유예해야"
'비급여 보고 의무화법'에 의료계 반발이 거센 가운데, 해당 제도에는 수정과 보완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600개 항목이 넘는 비급여 보고서 양식의 간소화를 비롯한 당장 벌금 등의 행정처분에는 유예기간 적용 등이 필요하다는 것.
행정 담당 직원을 따로 두지 않는 의원급의 경우엔, 비급여 항목에 대한 원내처방코드 작성과 비용에 대한 정확한 산출 등 총체적인 재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4일 의료계 4개 단체가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제도'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기자회견을 자청한 동시에, 오는 12일 한의계 또한 대한한의사협회 입장을 공식화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하고 나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앞서 각 의료기관에 2021년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관련 자료제출을 요청한 바 있다.
비급여 항목 중 공개 항목 616개에 해당하는 항목별 진료비용 자료를 지난달 27일부터 6월 1일까지 심평원 요양기관 업무포털 시스템을 통해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일괄 송부한 것이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원칙적으로 해당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을 시행한다 해도, 제도 추진에 앞서서는 반드시 선행돼야 할 부분들을 짚어야 한다는 지적.
이에 따르면, 몇 가지 항목에는 수정과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비급여 보고서 양식의 개선과 보고항목의 간소화, 당장의 의원급 행정처분에 대한 유예기간 적용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행정담당자 없는 의원급 "항목 간소화·과별 분류 필요"...행정처분 유예기간 지정도
먼저, 정부가 제시한 비급여 보고서 양식 가운데 전년도 항목과 금액 및 실시빈도는 삭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시도의사회 한 관계자는 "향후 데이터가 모이면 공단에 이미 전년도 보고 자료가 있을 것이기에, 이를 의원급에서 또 다시 보고한다면 같은 일을 두 번하게 만드는 중복업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한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일선 의원들은 진료 차질이 불 보듯 뻔하다"며 "전년도 보고내용 일체는 삭제하도록 하는 것이 이치에도 맞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급여 보고항목의 간소화도 필수적이라는 평가. 이를 테면, 의원급에서 시행빈도가 적은 MRI 등 비급여 항목들을 제외한 '의원용 비급여 보고항목'을 별도로 제작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행정 담당자를 별도로 두지 않는 의원급의 경우, 원장이 직접 616개 항목을 모두 검토해서 보고하는 것에는 행정적 업무부담이 과도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서 진료 과별로 항목을 분류하기 위해선 "각 과별로 전문가들이 모여 항목들에 대한 재검토도 선행돼야 한다"는 것.
이 외에도, 2021년~2022년 의원급 비급여 보고에 대한 행정처분의 경우엔 유예기간 지정도 고려해야할 사안이다.
심평원은 당장 오는 6월 1일까지 616개에 달하는 항목별 진료비용 자료를 공지하면서, 특별한 사유 없이 제출하지 않을 경우 '2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는 동시에 심평원 홈페이지에 자료 미제출 기관으로 공지될 예정으로 밝혔기 때문.
의사회 관계자는 "의원급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비와 제도 정착기간이 필요하다. 시행 초기 제아무리 원장이 성실히 보고서를 작성한다 해도 누락되는 항목이나 진료비에 대한 착오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는 행정처분 유예기간으로 지정해 벌금 등의 행정 처분이 아닌, 시정명령으로 대신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저지를 위한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와 치과의사회, 한의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해 목소리를 키우는 상황이다. 지난 달 28일, 16개 시도의사회별로 치과의사회, 한의사회와의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 공개 반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