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전홍진 디지털치료연구센터장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디지털치료연구센터장 5년 뒤 치료제 10개 출시 목표…"글로벌 시장 가능성 충분"
"디지털헬스케어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합니다. 치료제죠. 결국 모든 의학의 1차 목표가 '치료'거든요. 그만큼 부가가치도 높고요. 하지만 그만큼 더 활발한 융복합 연구가 필요해요. 서둘러 디지털치료연구센터를 설립한 이유도 여기에 있죠."
삼성서울병원이 디지털치료연구센터를 새롭게 설립하고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개발 단계부터 임상시험, 상용화까지 삼성서울병원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투입해 치료제 개발을 주도한다는 목표.
이러한 목표를 진두지휘하는 초대 센터장을 맡은 전홍진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메디칼타임즈와의 만남에서 센터의 청사진을 이같이 제시했다. 개발자와 의사, 연구자와 환자 모두를 잇는 진정한 융복합 연구의 허브다.
"오픈 이노베이션 토대 개발자-의사 잇는 허브가 목표"
"사실 개발자들을 만나면 기술은 너무 좋은데 임상에서 절대 쓸 수 없거나 필요가 없는 부분들을 건드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의사들도 마찬가지죠. 이런거 있으면 좋겠는데 다들 생각만 하고 있어요. 무슨 기술이 필요한지, 가능은 한 것인지 타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죠. 결국 이들을 어떻게 이을 것인가. 그 부분이 센터의 시작점인 셈이에요."
실제로 디지털치료연구센터는 설립 당시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토대로 설계됐다. 개발자와 의사, 연구자, 환자까지 한 곳에 모아 실제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자는 취지다.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개발 전에 의사들이 이를 검토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자가 치료제를 개발하면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뒤 공동으로 특허와 사업화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취지가 알려지면서 삼성서울병원이 센터를 개소한지 한달 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27개 기업과 연구진이 모여들었다.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방향성을 잡지 못한 기업들이 대부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미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이 이미 이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중이다.
전홍진 센터장은 "기업들은 물론 대학 차원에서 연구되고 있는 많은 아이디어와 기술들을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이 함께 검토하며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며 "아이디어는 좋지만 임상에 대한 개념이 없어 엉뚱한 곳으로 가던 부분들도 상당 부분 제자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발자들, 공학자들, 의사들, 특허 전문가들 등 전혀 다른 공부를 한 사람들이 모인 것만으로 엄청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것이 센터의 존재 이유고 가야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디지털헬스케어라는 큰 흐름속에서 유독 '치료제' 부분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뭘까. 이같은 질문에 전 센터장은 결국 디지털헬스케어가 가야할 방향은 '치료제'라고 못박았다.
결국 디지털헬스케어의 부가가치들은 치료 분야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 현재 주목받고 있는 진단 분야는 오히려 경쟁력을 갖기 매우 힘든데다 사업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전 센터장은 "현재 진단과 관련한 인공지능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 부분만 가지고는 부가가치를 만들기 매우 어려운데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며 "결국 빅데이터 싸움이라면 미국과 유럽 등에 쌓인 엄청난 데이터와 오랜 연구 결과들은 결코 뒤짚을 수 없는 한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치료제는 아웃컴, 즉 효과만 인정되면 곧바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진입 장벽이 낮고 이로 인해 얻어질 수 있는 부가가치가 높다"며 "개발만 하면 세계 시장으로 곧바로 뻗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은 빅데이터 기반의 진단 시스템이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궁극적인 경쟁력을 갖는 것은 치료제밖에는 없다는 지적이다.
"클라우드와 센서가 양대 키워드…5년 후 10개 제품 나올 것"
그렇다면 그는 디지털헬스케어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앞으로 클라우드와 센서가 디지털헬스케어의 양대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두가지 기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가 상용화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전홍진 센터장은 "결국 디지털헬스케어의 핵심은 빅데이터고, 환자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빅데이터속에서 분석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며 "하지만 과거에는 이러한 빅데이터의 저장과 분석, 나아가 의료기기에 적용하는데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제 클라우드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이러한 빅데이터를 꺼내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클라우드 기술이 향후 디지털헬스케어의 핵심적인 기반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센서 기술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 대형 기기에 의존해야 했던 많은 부분들이 초소형 센터로 들어가면서 디지털헬스케어를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 전 센터장의 설명이다.
심전도만 해도 과거에는 의료기관에 와야만 검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손톱만한 센서 하나로 더 많은 정보들을 모을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는 점에서 디지털치료제 개발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센터장은 "현재 극도로 소형화된 센서 하나로 심전도와 호흡수를 넘어 혈압과 혈당 체크, 피부 상태까지 체크할 수 있는 집적화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며 "결국 집적화된 기기를 통해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보내고 그 곳에 있는 빅데이터를 꺼내오는 동시에 인공지능을 통해 걸러지는 구조가 디지털헬스케어의 필수적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서울병원은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해 성균관대 등과 이러한 산학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익숙하며 교수들 또한 이에 대해 매우 유연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며 "산학연을 잇는 허브 역할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홍진 센터장은 향후 5년 내에 산학연 융복합 연구를 통해 10개의 상용화된 디지털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나아가 8년 후에는 27개까지 제품이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중에서 한두개는 세계 시장까지 노린다는 포부도 함께다.
전홍진 센터장은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아이디어들이 모이고 있는 만큼 5년 뒤면 상용화된 디지털 치료제가 10개는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8년 후에는 27개 제품 상용화가 목표"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이 모든 제품들이 살아남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중 한 두개는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치료제 분야는 단번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이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내놓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