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현실 반영 전혀 안됐다...가입자와 간극 크다" 한목소리 의·병협 1시간 넘도록 수가인상 필요성 강조...약사회, 최초 결렬 전망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 단체가 서로의 입장을 모두 주고 받았다. 의료계의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했고, 가입자가 정한 구체적인 수가 인상률이 오갔다.
공급자 단체는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처참하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27일 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의 2차 수가협상을 마지막으로 5개 유형 모두 건보공단과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통상 1차 수가협상은 공급자 단체가 수가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어서 열리는 2차 협상에서 건보공단은 가입자로 꾸려진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1차 밴딩을 비롯해 구체적인 인상률 범위를 제시한다.
2차 수가협상은 25일 병협을 시작으로 사흘에 걸쳐 이뤄졌다.
가입자와 건보공단이 생각하는 수가 인상률을 처음 확인하는 자리인 만큼 협상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30~40분 만에 협상장을 나온 공급자 단체 수가협상단은 여느때와 변함없이 "(가입자와) 간극이 크다"며 고개를 저었다.
공급자 단체의 말을 종합하면, 협상장에서 건보공단은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보장성 확대로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한 부분에 대해 수가협상에서 반영은 힘들며 코로나19 영향을 받지 않은 곳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한의사협회 이진호 수가협상단장은 "큰 격차를 느꼈다"라며 "한의과는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보는데 손실보상에서 제외된 측면이 있다"며 아쉬웠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급여권에도 추나요법 하나가 들어갔는데 정부 재정추계의 반도 쓰지 않았다"라며 "코로나19 통계가 처음 반영되는 수가협상인데 앞으로 협상이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성훈 보험이사도 2차 협상 후 "치과 분야는 노인 틀니 및 임플란트, 치석제거 등 6개 부분에서 보장성이 확대됐다"라며 "정부 자료에 따르면 연간 1039만명이 혜택을 봤고 환자 본인부담금은 8400억원이 줄었다. 이는 치과병의원 수입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라고 토로했다.
수가인상을 위해 투입하는 재정 중 파이가 가장 큰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타는 직역과 달리 한시간이 넘도록 협상에 임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수가 인상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진료비가 다른 유형 보단 늘었지만 코로나 진료에 따라 들어간 방역 비용이 그 이상"이라며 "코로나 상황을 반영한 밴드 설정은 아닌것 같아 실망스럽다"라고 토로했다.
또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건보공단은 2019년 자료를 갖고 협상에 임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영향을 직접 받은 2020년 보험료 수입과 지출을 고려해 밴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수가협상 구조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며 2차 협상에서 의협이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수가인상률 수치조차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석 수가협상단장은 "각종 지표가 마이너스임에도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타결을 위해서 협상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전유형 결렬이 되지 않을까 한다"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그는 "불합리한 협상 구조에서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반문하며 "코로나 백신 접종 비용도 건보재정에서 사용하면 안되고, 미수금 등도 다 받아내면 충분히 수가인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5개 유형 중 가장 짧은 시간인 20여분만에 수가협상장을 떠났다.
약사회 오인석 보험이사는 "밴드가 약국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수가협상 이래 처음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행으로 갈 수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