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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 병의원 찾지 않은 환자들 재확인 연구 등장

박양명
발행날짜: 2021-05-20 05:45:56

심평원 연구결과, 입원 15%·입원 17%·응급실 28% 감소
소아청소년 환자 급감…코로나19, 초과사망에 영향 없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의료기관 이용률이 줄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가 또 나왔다.

25일부터 유형별 2차 수가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환자들의 의료이용률을 분석한 지표는 수가 인상을 바라보는 공급자 단체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다.

24일 열리는 수가협상에서 공급자 단체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보고서가 나왔다. 심평원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환자의 의료이용률이 감소했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코로나19 유행 시기 사망과 의료이용 변화에 대한 탐색적 연구(연구책임자 신민선 부연구위원)'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지난해 초과사망률과 의료이용 변화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1~8월 코로나19가 유행했지만 환자가 예측보다 더 많이 죽었다는 초과 사망은 없었다. 코로나19 2차 유행 시기인 지난해 8월에 초과사망이 발생했으며 1차 유행 시기인 3월에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눈에 띄는 초과사망이 있었다.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의료이용 변화율이다. 전반적으로 의료이용률은 예측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지 않았다는 소리다.

이는 이미 건강보험통계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진료비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누적 명세서 건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12.8% 감소했다. 입원도 5.4%, 외래 12.9%, 줄었다.

요양기관 종별로 보면 환자 중증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보다 병원, 의원에서 환자가 더 줄었다. 명세서 건수만 보면 병원은 16.7%, 의원은 13.1% 감소했다.

의료서비스 이용 현황. 지난해 1~9월 입원 건수가 예측 치 보다 낮다.
심평원 연구 결과도 대동소이했다. 입원, 외래를 비롯해 응급실, 중환자실 이용률은 눈에 띄게 감소했고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는 급격히 줄었다.

연구진은 2010년 1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의과 입원 명세서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예측 대비 실제 입원 건수는 17.6%(170만7049건) 감소했다. 특히 감소 추세는 2~3월, 8~9월 도드라졌는데 이는 코로나19 1차, 2차 유행 시기와 일치했다.

소아청소년 환자가 줄었다는 것도 다시 한번 입증됐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월별 입원 건수를 분석한 결과 모든 연령대에서 입원이 줄었다. 특히 19세 이하는 절반에 가까운 43.5%나 줄었다. 20~34세, 35~49세 입원 건수는 예측 보다 11% 정도 감소했다. 고령층인 65~79세는 2월부터 감소하다가 6월에는 예측 범위에 근접, 다시 7월부터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했던 지역인 대구경북은 지난해 3월 인구 1000명당 실제 입원 건수는 118건으로 예측 입원 건수보다 22.1% 감소했다. 반면 코로나19 관련 입원 건수는 0.8건으로 0.1~0.3건에 머무르는 타지역 보다 훨씬 더 많았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도 16.6% 줄었다.

이 같은 경향은 외래 진료에서도 마찬가지. 지난해 1~9월 실제 외래 진료 건수는 예측 보다 8906만7565건, 15.4% 줄었다. 지난해 3~5월 1인당 월별 외래 진료 건수 차이가 가장 큰 연령대는 19세 이하고 예측 대비 외래 진료 건수는 40.2% 급감했다.

응급실 방문 역시 줄었다. 연구진은 응급의료관리료 등 수가 코드가 발생한 명세서를 분석했다. 인구 1000명당 응급실 방문 건수는 지난해 2월부터 2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가 응급실을 찾는 경우는 48.9%나 줄었다.

의료서비스 이용 현황. 지난해 1~9월 외래 및 응급실 방문 건수가 예측 보다 낮다.
입원과 외래에서는 대부분 독감(인플루엔자), 급성 기관지염 및 급성 세기관지염 등 호흡기 계통 질환이 줄었다. 특정 감염성 및 기생충성 질환(장염 등)과 귀 및 유돌의 질환(중이염 등)도 크게 줄었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도 호흡기계통 질환자를 비롯해 손상, 탈구, 골절 등 환자가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그룹 모임, 스포츠 등 외부 활동의 감소 결과로 풀이된다.

심평원의 이번 연구 보고서는 다음 주부터 벌어질 2차 수가협상에서 공급자 단체의 주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24일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2차 회의에서 수가 인상에 투입될 재정 규모가 대략적으로 정해지면 25일 대한병원협회를 시작으로 27일까지 2차 협상이 이뤄진다.

한 공급자 단체 임원은 "의료기관 환자 수가 줄었다는 사실은 이미 각종 통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라면서도 "의료기관은 지금까지 마이너스는 없었는데 환자 수, 내원일수 등 모든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심평원 연구 결과는 앞으로의 협상에서 수가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수가협상은 의료기관의 생존 문제다. 수가도 수가지만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