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사전협의를 거쳐 증설된 상급종합병원 병상 확대는 의료인력과 환자 쏠림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31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복지부는 2020년 한해 상급종합병원 대상 총 623개 병상 증설을 인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복지부는 2016년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정을 통해 음압격리 병실 구비와 병문안 문화개선, 환자 의뢰회송 체계 의무화 그리고 병상 증설 시 복지부와 사전협의 등 7개 항목을 신설했다.
당시 복지부는 사전협의 없이 병상 증설 시 허가 병상 원상복귀 명령을, 불응 시 상급종합병원 평가 점수에서 5점 감점 등 병상 억제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홍역을 앓은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623병상 증설을 인준했다.
세부적으로 일반병상 387병상, 중환자실 병상 236병상이다.
일반병상의 경우, 코로나 확진환자 격리와 중증소아 단기 돌봄 등에 따른 병상 확충이 주된 이유이다. 중환자실은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 등으로 허용했다.
상급종합병원 30개 미만에서 병상 증설한 것으로 알려져 총 623병상 증설을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 한 곳 당 최소 20병상이 늘어난 셈이다.
의료계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병상 억제를 천명한 복지부 스스로 코로나 사태를 명분으로 대형병원 몸집 불리기에 편승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도권 중소병원 병원장은 "병상 증설 시 사전협의와 평가 감점 등 상급종합병원 병상을 억제하겠다고 호언장담한 복지부 방침은 허언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지역 병원 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이 코로나 환자 치료를 명분으로 하나 병상 증설은 곧 의료진과 환자 쏠림으로 이어진다"며 "복지부 스스로 의사와 간호사 대형병원 집중화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중소병원협회 조한호 회장은 "한 해 동안 600병상이 넘는 상급종합병원 병상 증설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중소병원은 간호인력 수급난과 환자 감소로 병실을 줄이는 상황이다. 대형병원 병상 증설은 없을 것이라는 복지부 공무원들의 약속이 무색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복지부는 코로나 환자 치료를 위한 증설이라고 해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에 지난해 증설된 623병상 중 명목상 일반병상이나 사실상 코로나 환자 격리 등에 필요한 것으로 수도권에 비해 지역 상급종합병원이 많다"면서 "일반 환자를 위한 병상 증설은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