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전원일치 "환자 피해 구제 위해 조정절차 적극 활용 필요" 의협, 유감 표시 "분쟁 조정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 없다" 비판
자동개시법 위헌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첫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 등에 대해 자동으로 분쟁 조정 절차를 개시하는 법률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법 조항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27조 9항이다. 의료사고로 인해 사망에 해당하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지체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2016년 5월 만들어져 2018년 12월부터 시행됐다.
자동개시법의 위헌성을 제기한 사람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원장이다. A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 중이던 환자가 사망하자 유족이 의료과실로 사망했다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분쟁 조정 신청을 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A원장에게 지체없이 조정절차가 개시된다며 답변서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A원장은 자동개시법 조항이 일반적 행동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환자 입장에서 사망이라는 결과는 피해가 가장 중하고 피해를 입은 사실이 분명함에도 소송으로 나아가면 정보의 비대칭에 더해 필요한 내용을 증명하기 더욱 곤란할 것"이라며 "환자 측 피해를 신속, 공정하게 구제하기 위해서는 소송 외 분쟁 해결수단인 조정절차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보건의료인 입장에서도 사망의 결과가 발생했을 때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 당사자 사이 원만한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라며 "사망의 결과가 발생했을 때 조정절차를 자동으로 개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조정 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더라도 조정의 성립까지는 강제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행동의 자유를 침범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헌재는 또 "의료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조정절차가 개시조차 되지 않으면 환자로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를 제기하지 않고서는 의료행위 등을 둘러싼 과실 유무나 인과관계 규명, 후유장애 발생 여부 등에 관한 감정 결과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망과 같은 중대 결과가 발생하면 일단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하고 그 후 이의신청이나 소 제기 등을 통해 조정절차에 따르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A원장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헌재의 결정을 받아든 대한의사협회는 유감을 표시했다.
의협 박수연 대변인은 "의료분쟁조정법은 환자 피해구제에 치우쳐 있고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 보장에 불완전하고 미흡한 점이 많아 오히려 전체 의료환경을 왜곡시키고 있다"라며 "어느 국가에서도 민간 의료행위에 대한 분쟁 조정을 법으로 강제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자동개시는) 수용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분쟁조정법상 불완전성을 보완하고 진료과정에서 의학적 판단과 관련해 의료분쟁 사건 처리에 대한 특례를 규정해 보다 안정적이고 균형있는 진료환경을 조성하고자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