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정책
  • 제도・법률

공회전 하는 실손 청구간소화, 시민단체vs보험업계 논쟁

발행날짜: 2021-06-02 12:34:04

올해만 3번째 토론회, 시민단체 '의료민영화' 전초전 주장
보험업계 "황당하다 못해 당황…지나친 논리 비약" 반박

수년째 공회전을 하고 있는 실손보험사 청구간소화법안이 올해 중에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인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 배진교 의원(정의당)과 함께 2일 국회토론회를 열고 손보사 청구간소화법 관련해 시민단체외 보험업계간 찬반 논쟁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청구간소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시대적 흐름에 맞춰 도입해야한다는 손보사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시민단체들은 2일 실손 청구간소화법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 공동대표는 "손보사 청구간소화라는 명목으로 해당 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은 미국식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우 공동대표는 건강보험의 개인의료정보와 디지털 개인의료정보 접근권을 허용하는 것은 결국 미국식 의료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봤다.

즉, 손보사의 청구간소화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디지털화 된 환자의 의료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곧 의료영리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우려다.

그에 따르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수년간 원격의료 확대와 더불어 공보험 영역의 개인의료정보를 민영기업에 넘길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날 우석균 공동대표는 의료민영화, 의료정보 유출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로 과거 삼성생명은 민영보험발전 전략에서 의료관련 각종 통계자료를 수집, 데이터베이스화 함으로써 건강보험 네트워크를 내부적으로 공유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현 정부가 추진하는 문재인 케어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초래한 정부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디지털의료 도입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는 공적의료정보, 개인의료정보 사유화-민영화를 중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이헬스 데이터 사업 등을 전반적으로 재고하고 공공적 의미를 충분히 살리면서 추진해야한다"면서 "보험사에게 건강보험정보를 넘겨주는 고용진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안 추진도 중단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그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소액청구 간소화 목적이라면 영수증만 전송하는 식의 간소화방안을 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더불어 현재 실손보험사가 급여, 비급여 모두 보장하는 것을 중단하고 민영보험의 취지에 맞게 비급여에 한해서만 보장, 그 이외는 문재인 케어 등 보장성 강화 영역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사 측은 시민단체 측의 주장은 기우라며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기우'라고 반박했다.

손해보험협회 박기준 부장은 "시민단체 측이 의료민영화, 미국식 의료시스템 전환을 주장한 것은 황당하다 못해 당황스럽다"면서 "지나친 논리 비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구간소화의 시작점은 갤럽, 시민단체 등에서 실시한 국민조사에서 환자들이 9만7천여곳의 의료기관을 방문해 발급하는 과정이 귀찮아서 포기하는 민원이 많았다. 왜 아직도 종이서류를 요구하느냐는 민원을 기반으로 제도를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미 보험사는 20년 넘게 환자의 진료비 영수증, 세부내역서를 제출 받아왔다. 종이로 제출하던 것을 전산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석균 공동대표가 제안한 진료비 영수증만 제출하는 식으로 간소화 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실손보험 정관에 보면 질환에 따른 보장내용이 모두 달라 영수증만으로는 판별이 어렵다"면서 "그나마 환자들의 추가비용없이 기본적인 정보인 진료비 세부내역서만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이동엽 보험정책과장은 "자동차보험 등을 통해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것을 실손보험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는 환자가 동의, 자신의 앱에서 요청하지 않으면 정보는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시민단체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이어 "의료민영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싹을 잘라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흩어져 있는 소비자 정보를 돌려주는 것이 오히려 민주적인 게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보건복지부 공인식 의료보장관리과장은 "실손청구 전산화와 관련해 의료소비자, 의료기관 등에서 부담 혹은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의료소비자 측에서 보면 쉽게 청구할 수 이는 편리성은 중요하겠다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자들이 소액청구를 하지 않는 이유는 진단서 발급시 발생하는 비용(2만~3만원 수준) 부담과 함께 추가 방문에 대한 불편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