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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성 평가에 등장한 '당화혈색소' 수치…개원가 '난색'

박양명
발행날짜: 2021-06-07 05:45:59

심평원, 당뇨병 평가지표 재정비…당화혈색소 지표 강화 검토
내과계 개원가 "의사 고유 영역까지 제제…행정 부담 크다"

약 2년여 전, 분석심사 시행과 동시에 일선 개원가가 민감하게 반응했던 당뇨병 환자에 대한 헤모글로빈A1c 검사 일명, 당화혈색소 검사 '결과' 수치 입력.

이번에는 적정성평가에 모니터링 지표로 들어올 예정이다.

분석심사에서 내과 개원가는 당뇨병 환자 진료비 청구 시 당화혈색소 수치를 기입하지 않는 방법으로 맞섰는데, 적정성 평가에서도 같은 대응을 하겠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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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당뇨병 적정성 평가 분과위원회를 열고 적정성 평가 지표 개선 검토안을 보고했다.

그동안 당뇨병 적정성 평가는 9차례에 걸쳐 ▲분기별 1회 이상 방문 환자 비율 ▲처방일수율 ▲동일 성분군 중복 처방률 ▲4성분군 이상 처방률 ▲당화혈색소 검사 시행률 ▲지질 검사 시행률 ▲안저 검사 시행률 등 총 7개 지표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 결과가 양호한 의원에는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심평원은 당뇨병 적정성 평가의 일부 평가 항목에 대한 결과가 상향 평준화를 이루자 평가 지표 재정비에 나섰다.

분과위원회에 올라온 평가 지표 개선안을 보면 7개 지표 중 동일성분군 중복 처방률, 4성분군 이상 처방률 항목은 정량평가 성과를 모두 달성해 평가 항목에서 빠졌다.

대신 모니터링 지표에 있던 당뇨병성 신증 선별검사 시행률이 평가 지표로 들어왔다. 혈액투석 환자의 40%가 당뇨병 합병증이라는 점을 고려해 검사 영역 지표를 강화했다.

모니터링 지표에만 머물러 있던 투약일당 약품비,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병용 처방률도 빠지게 됐다.

당화혈색소 검사에 대한 내용도 강화됐다. 당화혈색소 검사 시행률이 기존 1회에서 2회로 확대됐고, 모니터링 지표에는 당화혈색소 검사결과 기재율이 새롭게 추가했다.

심평원의 이번 지표 개선은 대한당뇨병학회가 발간한 '2021년 당뇨병 진료지침'을 반영한 것이다. 진료지침에 따르면 당화혈색소 검사는 2~3개월마다 하도록 하고 적어도 연 2회 검사하도록 했다. 검사를 한만큼 그 결과를 입력토록 한다는게 심평원의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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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심기 불편 "행정부담 커…별도 보상책 필요"

하지만 모니터링 지표로 들어온 '당화혈색소 검사 결과 기재'를 놓고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위원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은 해당 지표를 확정짓지 못하고 보완점을 다시 한 번 고민해본다는 입장이다.

당뇨병 환자에 대한 당화혈색소 검사는 개원가에서도 일상적으로 해오던 터라 단순히 검사 횟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개원가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굳이 채혈을 하지 않더라도 말초혈관으로 검사할 수 있는 방법 등 간단진단키트도 있는 만큼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모니터링 지표로 신설된 당화혈색소 검사 결과를 입력토록 하는 데는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원가는 왜 이토록 당화혈색소 결과 입력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을까.

경기도 S내과 원장은 "혈압 조절은 환자의 협조도 필요한 부분인데 단순 수치만으로 의사가 치료를 잘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라며 "모니터링 지표는 직접 평가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를 추적하면서 이후에 평가지표로 가기 위한 준비작업이기 때문에 달갑지 않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진료에 대해 심사하는 단계를 지나 의사의 고유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진료의 방법이나 행위에 대한 세부적인 것까지 모두 제제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모니터링 지표는 아무래도 강제성이 없으니 결과치를 기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 관리를 위해 당화혈색소 검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구체적인 수치까지 기입하는 것은 일종의 '제제'로 다가온다는 뜻이다.

서울 S내과 원장도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당뇨병이 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환자들이 많이 다니는 병원은 당뇨병을 아주 전문적으로 잘 보는 기관이겠지만 평가를 했을 때 결과가 안 좋게 나올 수 있다"라며 "모니터링 지표라서 평가 결과에는 반영되지 않겠지만 단순히 당화혈색소 검사 횟수를 평가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라북도 K내과 원장은 "당화혈색소 검사를 1년에 2번 하라고 했다고 수치를 2번만 적는 게 아니라 진료를 할 때마다 기입해야 한다"라며 행정 부담을 호소했다.

이어 "평가는 환자의 병이 조절이 잘 됐다는 것을 보는 것이지만 당화혈색소 수치는 단순히 통계를 내보겠다는 의도"라며 "결과를 입력하는 양식만 갖고 오고 그에 따른 행위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