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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맞은 하이브리드 학회 운영 방식...진통은 여전

발행날짜: 2021-06-07 05:45:57

초점지역적 한계 벗어난 점은 호평…대면‧마케팅 한계는 뚜렷
하반기부터 온‧오프라인 병행…제약사들 학술대회 기준 개선요구

코로나 사태의 확산으로 의료계에서 가장 크게 변화된 분야를 꼽자면 단연 학술대회 개최방식일 것이다. 일반 호텔이나 전시회 현장에서 개최되던 학술대회들이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이 같은 온라인 학술대회 방식이 유지된 지도 어언 1년이나 됐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올해 하반기 추계 행사부터는 온오프라인 형태를 접목한 '하이브리드(hybrid)' 모델로 학술대회 방식이 진화될 것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대부분 춘계학술대회는 아직 온라인 플랫폼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그간 진행됐던 온라인 학술대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자료사진.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5일 메디칼타임즈는 그동안 진행됐던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드러난 장‧단점을 살펴보고, 포스트 코로나 속에서 앞으로 진행될 하이브리드 모델에서의 개선점도 찾아봤다.

거리 한계 사라진 학술대회

우선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학술대회 개최를 두고서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모두 거리적 한계를 극복한 것을 가장 큰 이점으로 평가했다.

코로나 확산 이전에는 춘‧추계 학술대회 개최 시 수도권과 지방을 번갈아 가며 개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터라 의사들 사이에서 거리적인 한계가 존재했는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를 극복해냈다는 것이다.

온라인 학술대회의 경우 일반적인 등록비도 오프라인보다 저렴하면서 회원들의 참석률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당뇨병학회 등은 거리적 한계가 사라지면서 최근 학회 정관을 바꿔 해외 회원 모집에도 나서고 있는 것도 온라인 학술대회가 만든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윤건호 당뇨병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은 "온라인 학회가 트렌드가 되면서 해외 연자는 물론 참석자들의 참여가 수월해졌다"며 "학회 회원의 자격을 해외까지 확장할 수 잇는 기회로 하이브리드 형식 학술대회를 통해 온라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당뇨병학회(ADA) 및 유럽당뇨병학회(EASD) 따라가기는 힘들겠지만,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주요 학회로서의 새로운 방향을 정립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부 학회의 경우 그동안 숙원처럼 여겨져 왔던 개원의 대상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코로나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안착시키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학술대회도 온라인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가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오프라인'이 우선이었던 기존 학회 운영 트렌드 속에서 해묵은 과제로 꼽혔던 부분이기도 했다.

대한가정의학회가 대표적이다.

가정의학회는 올해 가정의학회 온라인 CME(continuing medical education) 센터 운영을 시작하면서 이를 통해 학술대회를 운영함은 물론 전공의, 개원의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의료현장에서는 온라인 학술대회 개최를 통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지방 의사들의 참여가 늘어났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최환석 가정의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은 "임기 2년 동안 가장 큰 잔치인 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 참여하지 않았던 지방 개원의 원장들도 거리적 한계가 사라지면서 참여했던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여기에 온라인 교육 센터 운영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됐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여기에 비교적 젊은 제약업계 종사자들은 온라인 학술대회가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학술대회가 주말에 열리는 탓에 부스 참여 등 행사 시즌에는 '주말 반납'이 일상이었지만 지난 1년간에는 이 같은 근무형태가 사라지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사 임원은 "제약사 고위직들은 달가워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젊은 영업‧마케팅 직원들은 온라인 학술대회로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됐다"며 "코로나 이전 봄, 가을 학술대회 시즌이면 마케팅 젊은 직원들은 주말 반납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학술대회가 자리 잡으면서 젊은 제약사 직원들의 큰 호응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의사도 제약사도 '대면' 아쉬움 더 크게 느껴

온라인 학술대회 방식의 장점도 뚜렷했지만 단점도 분명했다.

의사는 학술강좌 등을 진행하면서도 동료의사를 '대면'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온라인 시스템의 질 문제를, 제약사는 마케팅‧영업 목적에서의 효과 문제를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사실 발표하는 입장에서 보면 오프라인으로 청중이 있는 것이 훨씬 장점이 크다"며 "온라인 학술대회는 강좌를 한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오프라인은 서로 나눌 수 있다는 데에서 가장 큰 장점을 지닌 것 같다"고 한계를 꼬집었다.

의사 출신인 한 국내사 임원도 "제약회사 입장에서 마케팅‧영업의 기본은 그래도 대면"이라며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을 하면서 마케팅을 지난 1년간 벌여왔는데 솔직히 제대로 의사들에게 전달됐는지 의문이다. 솔직히 학회에 세금을 내는 측면도 적지 않다"고 불만 섞은 의견을 제시했다.

자료사진.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온라인 학술대회가 개최된 지 1년이 지나면서 오프라인 행사를 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학술대회 활성화에 따라 우후죽순 늘어난 관련 업체들의 영상 질이 오락가락 한다는 점도 문제로 대두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A학회는 온라인 학술대회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B업체에게 4200만원을 주고 운영권을 맡긴 바 있다. 하지만 학술대회 개최 도중 영상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회원들에게 원성을 산 바 있다.

주요학회의 한 총무이사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상당히 많아졌는데 영상이나 송출 시스템 상에 있어 질적 차이가 상당하다"며 "지난해 벌어졌던 A학회 온라인 학술대회 영상이 갑자기 중단됐던 사례는 공공연히 퍼졌다. 현재까지도 일부 업체는 질은 낮은데 고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하반기 하이브리드 전환…고민커지는 제약사들

이 가운데 당장 하반기부터는 대부분의 학술대회 개최방식이 온오프라인 형태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전환될 전망이다.

따라서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하이브리드 형태에서의 부스 설치를 두고서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일단 제약바이오협회의 CP가이드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형태 학술대회에서도 제약사들의 오프라인 부스 지원은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학술대회 개최에 따라 오프라인 참석자가 있어 부스 설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다. 다만, 이 경우 부스비는 200만원(VAT별도)까지만 허용이 가능하다.

온라인 학술대회 만을 진행할 경우에는 온라인 부스와 광고 모두 지원이 가능하지만, 여기에 학회 초록집 지원까지는 불가능하다.

온라인 학술대회 가이드라인 상, 인정단체를 대상으로 형태와 관계없이 부스 최대 1건(200만원), 광고 최대 1건(200만원)의 지원 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록집 광고도 광고지원의 개수와 금액에 포함되기 때문에 추가 지원은 어렵다.

자료사진.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최근 한 학회가 하이브리드 형태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벌어진 제약사 무인부스 모습이다.
그렇지만 학회들 대부분은 하이브리드 학술대회 진행 시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 부스 설치를 원하는 모습이다. 오프라인이 학회 재정적인 운영 면에서 더 이득이 된다는 판단 하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과계 학회 임원은 "하이브리드 학술대회의 관건은 결국 비용이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만 진행했던 것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더 큰 부담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제약사에 비용적으로 더 나은 오프라인 부스 설치를 원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하이브리드 학술대회에서 오프라인 부스 설치한다고 해도 직원들의 현장 참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초 일부 하이브리드 학술대회 장에서 등장한 '무인부스' 운영이다.

코로나가 여전한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형태의 학술대회 운영을 위해 오프라인 부스는 설치해야겠고, 감염 확산 우려로 제약사 마케팅 참여 인원은 제한한 탓에 벌어진 새로운 학술대회 모습이었다.

이를 두고 한 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는 "하이브리드 형태 학술대회를 개최해도 학회 측은 온라인 부스보다는 오프라인 부스 설치를 원한다"면서 "그렇다고 부스에서 마케팅 활동은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지방 행사의 경우 부스 설치에 따른 추가 용역비만 50만원이 추가 투입되는 데 고스란히 제약사의 부담"이라고 하소연 했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내심 복지부와 제약바이오협회, 의사협회, 의학회 등이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 추가 연장 논의에서 하이브리드 학술대회 지원 방법 등을 더 세심하게 설정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복지부는 관계 단체들과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 연장에 관한 회의'을 갖고 지원 연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학회 지원대상 확대와 부스 지원금 상향 조정 등에 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오프라인에 준하는 온라인 부스 지원 조건을 만들어 학회들이 오프라인 부스에만 고집하는 경향을 어느정도 해소해 주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는 "제약사가 하이브리드 학술대회 부스 지원과 관련해 보다 자세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학회는 오프라인을 원하는데 감염확산 문제로 하반기도 무인부스라는 코메디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질 것"이라며 "온라인 프로모션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과 동시에 다양한 지원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