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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의 치매 신약 승인...임상 현장은 시큰둥 원인은?

발행날짜: 2021-06-09 05:45:57

FDA 승인된 아두카누맙 한정적 효과 지적 목소리
"CDR-SB 지표값 변화 미미…임상 적용 한계 많아"

18년만에 나온 치매 치료제가 승인 첫날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연간 투약비용으로 약 6200만원이 소요되는 고가 약제임에도 실제 개선되는 임상 지표가 제한적이어서 획기적이지 않다는 평.

승인 기관인 미국 FDA 역시 임상적 편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았다고 언급해 추가 임상 종료 전까진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조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치매 치료제로 바이젠사의 아두카누맙(상품명 Aduhelm)을 7일 최종 승인했다. 완치의 개념은 아니지만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인정받았다.

그간 다양한 제약사들이 아밀로이드 제거를 목표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해왔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뇌에서는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이 보고되는데 이런 단백질 덩어리(플라크)가 신경 독을 생성, 뇌 인지 기능을 서서히 악화시킨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었다.

항체 치료제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 베타에 직접 작용하는 기전을 가졌다. 플라크에 결합해 이를 제거한다.

FDA는 데이터의 불명확성을 이유로 승인 이후 추가 임상 및 데이터 제출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승인의 근거는 3상 임상시험이다. 3상은 두 차례(EMERGE/ENGAGE) 진행됐는데 실패로 끝난 ENGAGE와 달리 EMERGE에선 고용량 투약 시 일정 효과가 확인됐다.

EMERGE 임상은 1638명의 초기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 18개월 시점에서 치매임상평가척도점수(CDR-SB)의 수치 변화로 살폈다. 위약군은 548명, 저용량은 543명(3/6mg), 고용량은 547명(6/10mg)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고용량은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CDR-SB 지표에선 위약 대비 증상악화 속도가 22% 감소했고 간이 정신 상태 검사(MMSE)는 18% 감소, 인지기능 평가지표(ADAS-Cog 13)는 27%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특히 알츠하이머 환자 일상생활 평가(ADCS-ADL-MCI) 지표는 위약 대비 40% 악화 속도가 더뎠다.

치매를 치료하는 완치의 개념은 아니지만 적어도 인지 능력의 악화 속도를 늦춘다는 데 효과를 증명한 셈.

치매 환자는 진단 후 평균 10년의 생존기간을 가진다. 증상 악화 속도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환자 및 보호자의 삶의 질 영역을 개선시킬 수 있다. 특히 이번 승인을 계기로 입지가 좁아지던 아밀로이드 베타 기반 후보물질들이 재차 부상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러 의미에도 불구하고 학계 등 전문가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FDA 내부에서 승인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

작년 11월에 소집된 신경계 약물자문위원회는 임상을 검토 후 효과 불확실성을 이유로 승인 보류를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승인 역시 FDA는 추가 임상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향후 임상 자료에 따라 승인이 번복될 가능성도 열어 놓은 것.

문제의 발단은 임상 결과의 해석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1차 연구 종말점인 CDR-SB 지표는 위약 대비 22% 감소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CDR-SB 지표값의 절대 수치 변화가 아닌 위약과 증상 악화 속도를 비교한 결과다.

대한치매학회 최호진 정책이사(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는 "논란이 빚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임상 결과가 그만큼 획기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며 "그간 많은 아밀로이드 제거 기전의 치료제가 실패한 상황에서 약간의 효과만이라도 보였기 때문에 승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임상 현장에서는 치매를 관리하기 위한 새 옵션에 목말라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런 제반 사항을 감안해 기준을 넓게 잡아서 허가해 준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CDR-SB 지표값을 살펴보면 위약은 기저치 대비 2.47±0.999, 저용량은 2.46±1.011, 고용량은 2.51±1.053의 변화를 보인다.

MMSE 점수는 각각 26.4±1.78, 26.3±1.72, 26.3±1.68, ADAS-Cog 13 점수는 21.9±6.73, 22.5±6.76, 22.2±7.0로 대동소이함을 알 수 있다.

최 이사는 "만일 지표값이 위약이 10인데 고용량 투약군이 20~30 정도로 크다면 이는 임상에서 드라마틱한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면 임상 결과를 보면 CDR-SB 지표값은 위약 대비 소수점 차이밖에 안돼 실제 임상 효과로 나타날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약이 아밀로이드 기반 기타 신약 후보 물질들에 인사이트를 주었다는 의미를 제외하면 임상적으로는 게임체인저와 같은 수식어를 붙일 수 없다"며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 및 4주에 한번씩 투약해야 하는 제한점을 생각하면 치료에 활용하기 굉장히 제한적인 약물"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