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이하 콜린알포) 제제를 둘러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의 재협상이 다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가 장고 끝에 58개 국내 제약사들과 약제비 환수 협상을 다시 할 것을 건보공단에 명령한 것이다.
40일간의 협상기한이 주어진 것인데 제약업계 중심으로는 사실상 마지막 협상으로 여기고 있다.
여기서도 건보공단이 제시한 협상안에 제약사가 합의하지 않는다면 복지부는 사실상 콜린알포 제제에 대한 '급여목록' 삭제 조치를 취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제약업계 중심으로는 복지부가 재협상 명령을 내린 것을 두고서 급여목록 삭제 전 끝까지 제약사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이란 평가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협상 불발 시 복지부가 할 수 있는 급여목록 삭제 조치도 법적인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재 복지부와 건보공단의 콜린알포 환수 협상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 6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 해당 규칙을 보면 복지부가 '약제의 안정적 공급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건보공단에 제약사와 협상할 것을 명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규칙에 협상 불발 시 복지부가 급여목록을 삭제할 수 있는 근거를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두 차례나 협상기한을 연장한 끝에 다시 협상을 명령한 근거 규정도 사실상 해당 규칙에는 찾아볼 수도 없다. 즉 현재 건보공단이 제약사들과 벌이고 있는 협상은 재협상이 아닌 이전 협상내용과 관계없는 새로운 협상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과연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이 같은 법적인 허점이 있는 것을 몰랐을까. 아니면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기에 무작정 앞만 바라보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어찌 됐던 간에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이제 40일간에 협상에서 합의하거나 혹은 불발에 따른 급여목록 삭제라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외통수에 몰린 상황이다. 반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번 협상에서 설령 합의를 못해 급여목록 삭제를 당한다면 향후 이러한 법적 허점을 빌미로 추가적인 소송을 제기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도 콜린알포 관련 협상명령 및 협상통보 취소소송, 위헌확인 헌법소원 등 10개가 넘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7월 후에는 이보다 더 많은 소송전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보다 체계적으로 임상재평가 관련 정책을 시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시작부터 잘못된 콜린알포 임상재평가 과정 중 웃는 자는 정부도 제약사도 아닌 '법무법인'만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