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수급 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접종 개원가로 불똥이 번지고 있다. 일선 개원가에선 이번주 물량부족을 우려해 백신접종을 한 주 앞당겨 진행했거나, 얀센 잔여백신을 활용하는 등 민원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위탁의료기관에서 진행하는 코로나19 백신 물량 부족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접종 개원가가 민원 대란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대상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1차)이 오는 19일 종료되는 상황에서, 비축해놓은 물량이 부족한데다 정부의 백신 추가 도입계획까지 불투명해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
실제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9일까지 예약자는 약 552만명이었지만 가지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물량은 약 501만회분. 결국 현재 비축한 백신 물량 대비 50만건이 초과 예약분으로 잡힌 셈이었다.
이에 방역당국은 앞으로 잔여백신의 경우, 예비명단를 이용하지 말고 18, 19일 예약분을 앞당겨 접종하거나 얀센 잔여백신을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려놓은 상황이다.
실제로 접종 개원가에선 백신 물량 부족 문제를 호소하면서, 보건당국의 구체적인 대책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위탁의료기관으로 지정을 받은 서울 소재 A이비인후과 원장은 "이번주 백신 물량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기정사실화한 상황"이라면서 "대란을 우려해 이번 주 예약분을 지난 주로 많이 앞당겨 접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예약 일정을 한 주 앞당기다 보니 당연히 잔여백신 등록도 거의 할 수가 없었다"며 "주변 많은 의원들만 봐도 벌써부터 물량 부족을 걱정한다. 정부 대책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루에도 수십 번 전화 문의부터 일정 조율까지 다양한 민원이 빗발친다. 이러한 행정업무 처리를 위해 의료진의 가족과, 예방접종 교육 동영상을 보고 수료증을 받은 임시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동원하는 촌극도 벌어지고 있는 것.
또 정상적인 병원 업무를 방해할 정도로 접종 문의 전화가 폭주하는 가운데, 직원들은 업무과다를 토로하면서 사표를 내는 경우도 다반사.
위탁의료기관 한 원장은 "모든 민원이 일선 병의원으로 몰릴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놔서 직원들도 몸과 마음이 다 지쳐있다"면서 "지금은 다른 업무보다 전화받고 상담하는게 힘들어서 직원들 눈치까지 살핀다. 그 와중에 잔여백신을 맞겠다고 무작정 찾아와서 기다리는 인원도 다 받아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얀센 잔여백신 최대한 활용' 지침에 문제도…하반기 2차접종 대란 우려
보건당국이 물량 부족에 해법으로 제시한 백신 교차 접종에도 불만은 나온다.
서울 B내과 원장은 "차이는 있겠지만 백신 물량을 20% 정도 적게 지급받은 의원들이 대다수"라면서 "추가 백신 공급 지침도 나오지 않는데다 당장 이번 주말이면 접종 물량이 모두 동나서 민원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부족한 물량에 얀센 잔여백신도 같이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큰 문제를 간과한 것 같다"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알고 온 인원에게, 갑자기 얀센 백신으로 바꿔 놔준다고 하면 누가 가만히 수긍하겠나"고 되물었다.
이어 "이런 상황을 대국민 홍보를 통해 정확히 알려야 하는데 쉬쉬하는 상황이다보니 결국 모든 민원은 접종 개원가가 고스란히 떠안는다"며 "현재 접종 개원가는 하루에도 백신 접종부터 일정 조율까지 수십통의 민원 전화를 다받아 내고 있는터라 직원들 모두가 버거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1차 접종 이후, 하반기 2차 접종에는 불안정한 백신 수급 문제로 인해 더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고한성 공보이사는 "일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바이알당 10명이 기본인데, 잔여백신 등록자가 1차로 맞아버리면 8월에 예약이 자동으로 된다"며 "그때는 지금보다 1.2배 가량의 백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차 접종때는 잔여백신 개념이 없어질 수도 있다. 백신 수급 불안정한데 최대한 뽑아쓰는 최소잔여형(LDS) 주사기를 이용해 1바이알당 12회가 기정사실화된 이유"이라면서 "지금도 관할 보건소에 수 차례씩 방문 수령을 해야 하는 바쁜 상황인데 정부가 1cc LDS 주사기 보급에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