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환영 분위기 반면 의료계 "의학적 검증부터" 문제제기 의료계 "정부 비급여 관리 추진, 임상근거 검증 선행해야"
최근 한방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경혈 두드리기)'의 건강보험 행위로 등재된 것을 두고 한의계가 환영하는 반면 의료계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4일, 경혈 두드리기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치료할 수 있다는 한방 치료법이 한의계 1호 신의료기술로 건강보험행위 등재를 확정지었다.
일단 한의계는 더 많은 한의 신의료기술과 건강보험 적용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의료계의 입장은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앞서도 감정자유기법이 2019년 10월 신의료기술로 승인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신의료기술평가가 도입된 2007년 이후 감정자유기법과 같이 근거 수준이 최하위 D등급임에도 신의료기술을 인정받은 기술 사례는 총 204건으로 전체의 3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근거 수준의 신뢰성 문제가 언급된 것. 감정자유기법의 경우 2편의 논문이 근거로 인정된 것과 비교해, 2016~2018년까지 신의료기술로 승인된 기술의 관련 논문 수는 평균 14편이었다는 점을 짚어볼 수 있다.
논란이 발생한데 40대 의협 집행부 부회장직을 맡았던 이필수 현 회장은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면 될 정도로 의료행위인지 불분명한 기법에 대해, 신의료기술을 인정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의협은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논란을 뒤로 하고 의학적 검증없이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고시한데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기서 "PTSD는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도 세분화된 영역인 질환이고 치료 및 통증완화 기술 또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며 "단지 경혈을 두드리는 것으로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한 것.
의료계 한 관계자는 "급여든 비급여든 행위 등재를 위해선 NECA에 신의료기술 안전성 및 유효성 등 근거 검토가 필수적"이라면서 "근거 수준이 최하위 D등급임에도 인정받은 사례가 있는데다 한방행위에 대한 전체 인정 사례도 근거 수준 C, D등급이 76.6%에 달한다는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비급여 관리제를 추진하는데 있어 의료계 비판 여론이 극심한 상황에서 임상적 근거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행위에 대한 검증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은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경락체계의 기능이상으로 나타난다'는 전제 아래, 경락의 기시(起始)와 종지(終止)의 정해진 경혈점들을 두드려 자극해 경락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안정시키는 치료법으로 준비단계와 경혈 자극 단계, 뇌조율 과정 등의 단계로 이뤄졌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 신의료기술인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이 건강보험행위로 신설·확정된 것은 큰 의미"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한의 신의료기술과 건강보험 적용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