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정책
  • 제도・법률

문케어 시행 5년차 의사들의 체감도는 ‘실패’

황병우
발행날짜: 2021-06-28 05:45:59

[창간 18주년 특별기획-1편]문케어 시행 5년, 의사들의 생각은?
응답자 10명 중 8명 부정평가…"의료전달체계 붕괴만 가속화시켜"

[메디칼타임즈 공동취재팀]의사들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부터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내걸고 추진한 보장성강화 정책을 '실패'로 결론지었다.

동시에 소위 문재인 케어가 '의료전달체계가 붕괴'시켰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로 인해 차기 정권에서는 현재의 보장성강화 정책을 이어가는 대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설문 참여자 상당수는 정부‧여당이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면서 의료계에 공언한 '적정수가, 적정보상'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는 극단적인 답변도 주저하지 않았다.

메디칼타임즈는 6월 22일부터 23일 양일 간 '문재인 케어 5년, 남겨진 과제는?'이라는 주제로 5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 평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구글 방식으로 총 319명이 응답했으며, 개원의, 봉직의, 대학병원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 다양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대로 37.7%였고, 그다음으로 40대(31.3%), 60대가 14.1%, 30대 13.1% 순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평가 대부분인 문재인 케어

먼저 의사 10명 중 8명 가까이는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펼친 보장성강화 정책을 두고서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응답자 중 76.6%가 '부정적' 혹은 '매우 부정적'으로 답변하면서 문재인 케어를 실패한 정책으로 진단했다.

부정적 평가를 내린 76.6%의 응답자들 중 87.5%는 정책 실패 이유로 '건강보험 재정 고갈' 문제를 꼽았다.

복수로 응답한 이들은 또 '추나요법, 첩약 한방 급여화'(70.4%)와 '대형병원 환자 쏠림'(57.1%), '실손보험 반사이익'(42.1%) 등으로 인해 문재인 케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비급여 풍선효과 억제 미비'(38.3%)도 부정적 평가를 내린 이유로 꼽으면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을 추진할 당시부터 우려됐던 '신규 비급여 창출'이라는 풍선효과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문재인 케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전체의 12.4%에 불과했다. 전체의 10명 1명만이 현 정부의 보장성정책이 바람직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들은 12.5%의 응답자들은 '건강보험 보장률 증가'(71.8%), 'MRI, CT,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51.3%) 등으로 인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답변했다.

■문케어 설계자도 강조하던 수가정상화 아쉬움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문재인 케어 성공 전제 조건처럼 강조했던 '적정수가, 적정보상'.

하지만 의료계 내에서는 문재인 케어 추진 5년차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수가정상화라는 핵심의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정부를 향한 불신이 팽배했다.

실제로 이번 설문에 답한 응답자 56.2%가 정부가 밝힌 '적정수가, 적정보상'이라는 수가정상화 작업이 전혀 이뤄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미약한 보상이 이뤄졌다'고 답한 응답자도 27.2%나 돼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 추진 당시 공언했던 수가정상화 작업이 더디거나 이뤄진 것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따라서 응답자들은 수가정상화라는 의료계 내 '핵심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과제로 '초‧재진료 등 의료행위 수가인상'(58.8%)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3분 진료'라는 우리나라 진료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되고 있는 '환자 교육 상담에 다른 수가 인센티브 신설'(21.1%)도 시급한 과제라고 꼽았다.

결국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진찰료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약제 보장성강화 정책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는 '의사 등 전문가 의견이 배제'(31.3%)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동시에 응답자들 사이에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축으로 운영되는 '약가 결정구조'가 폐쇄적으로 운영됨에 따른 문제인식도 존재했다.

'심평원 등 관련 기관의 폐쇄적인 결정구조'(27.2%), '의료현장의 의견과 다른 약제 급여기준'(19.2%) 등도 대표적인 약제 보장성강화 정책상 문제로 꼽혔다.

■응답자 70% "보장성강화 정책 재검토"

그렇다면 20대 대통령 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의료계는 차기 정권에서 꼭 해결해야 할 보건‧의료 제도상 과제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일단 설문에 답한 응답자들 중 70.6%가 차기 정권에서 현재의 문재인 케어를 그대로 이어가지 말고 전면적 혹은 일부분 수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인 47%가 차기 정권에서 문재인 케어를 이어가지 않고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고 봤고, 23.6%는 '현 정부 보장성 강화 항목 재점검' 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문재인 케어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재점검 하는 동시에 새로운 보장성강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응답자들은 부정적으로 인식한 계기로 5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케어가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가속화시켰다는 점을 들었다. 85%의 응답자가 문재인 케어로 인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제대로 된 환자쏠림 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응답자들은 현 정부 대표적인 보장성강화 항목인 MRI, CT, 초음파 검사 급여화가 의료기관에 수익적으로 좋거나, 나쁘거나 영향을 가장 크게 미쳤다고 봤다.

결국 응답자들은 차기 정권에서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초점을 맞춘 보장성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체 응답자의 51.4%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오히려 '건강보험 보장성 규모 축소가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25.6%로나 됐다. 이 때문에서인지 설문조사에서 건강보험료 인상 대신에 '동결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30.7%였다.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의료전달체계 붕괴 위기로 치달았다. 단기적 시각에서 보면 정책적 고민이 부족했다"며 "의료기관 선택권을 환자에게 전적으로 맡겨놓다 보니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은 불가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하지만 그런 과정 자체가 빠져 있었다"며 "문재인 케어가 기본 청사진 없이 대형병원 문턱만 낮춰 놓다보니 폭발이 일어난 셈이다. 앞으로 어떻게 통제를 하고 정책 방향을 설정할지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