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임의 제조로 적발된 제약사들이 사전 변경 승인을 거치지 않은 이유로 복잡한 승인 절차를 꼽으면서 식품의약품안저처가 대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 함량 변화 등 주요 변화에 대해선 기존과 같은 승인 과정을 거치지만 그밖에 경미한 변화에 대해서는 절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 실제로 행정 절차가 간소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4일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식약처는 잇단 제약사의 의약품 임의제조 사태에 대한 해결책으로 의약품 허가 변경 승인 절차 재분류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한올바이오파마는 안전성 시험 자료 조작 등의 사유로 수탁 제조한 '삼성이트라코나졸정(이트라코나졸)' 등 6개 품목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 중지 처분을 받았다.
이외 메드트로닉의 제품 표준서 허위 서명부터 바이넥스·비보존의 허가사항과 다른 의약품 제조까지 다양한 업체의 GMP 기준 위반 사건이 꼬리를 물면서 일각에선 복잡한 변경 승인 절차 및 소요 시간이 불법을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
이에 식약처는 불시 점검 및 GMP 신고센터를 통한 현지 실사로 불법 제조 관행을 뿌리뽑는 한편 허가 변경 절차의 개선으로 업계의 자발적인 자정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약사는 보통 의약품의 허가 과정에서 제조 공정상 일부 불확실한 부분이 있어도 이를 남겨두고 허가를 받는다"며 "허가 이후 변경 사항을 반영하는 게 그간의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되는 임의 제조 적발 이후 업계가 행정 절차에도 불만 목소리를 내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에 기존과 같은 수준의 검사 및 승인이 필요한 주요 변경 사례 및 승인 간소화가 필요한 미미한 변화를 검토하고 분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제조공정에서 허가 사항과 다른 변경 사항이 발생하면 동등성을 입증하는 시험을 거쳐야 한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나 비교용출시험 등이 변경 이후에도 품질, 약효의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한 시험 방법. 문제는 시험 진행 및 결과의 도출, 이를 제출하고 심사가 끝나기까지 최대 수 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함량, 제조공정, 염변경과 같은 의약품 효능/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허가 내역과 동등성을 입증할 만한 검사가 필요하지만 포장 변경 등의 경미한 사례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단 무엇이 시험이 필요한 중요 변경 건인지, 아니면 절차를 간소화 할 수 있는 건인지 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사안의 중요도에 따른 세부 절차에 대해 이미 의약품 심사부에서 초안을 만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실제 심사에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심사 소요 기간을 이유로 적법 절차를 회피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왜 허가 이후 잦은 변경이 이뤄지는지 그 원인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변경에는 이를 감당할 별도의 전담 심사 인력이 필요하다"며 "규제 기관과 교감없이 벌어진 임의 제조 문제에 대해선 허가 후 변경 심사 인력을 충원해 보다 더 면밀히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복제약은 시장 진입 속도를 중시해 우선 허가, 후 변경과 같은 관행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업체들이 처음 약을 만들고 허가를 추진할 때 변경 사항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잘 계획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