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들이 수련의 질 향상과 전공의 보호 등을 목표로 야심차게 추진하던 수련실태조사가 코로나에 발목을 잡혀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코로나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계속해서 조사 및 심사를 연기하거나 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
28일 대한의학회 등에 따르면 각 전문과목 학회들이 올해 수련실태조사를 앞두고 연기나 보류, 심사 완화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학회 관계자는 "올해도 코로나 대유행이 여전히 이어지면서 각 학회들이 수련실태조사를 진행하는데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학회별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련실태조사란 대한병원협회가 진행하는 조사와는 별개로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대한의학회가 총괄하는 일종의 수련 환경 평가다.
26개 전문과목 학회들이 직접 서류 심사와 더불어 진료와 수련 시설 점검 등 현장 조사를 진행하게 되며 전공의를 포함해 수련병원장, 교육수련부장 등 수련 담당부서 장들에 대한 면담 조사도 함께 진행된다.
각 수련병원이 학회가 제시한 수련 목표에 맞춰 시설과 장비, 프로그램을 얼마나 충실하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곧 전공의 정원 배정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갖는다.
특히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제 도입과 전공의 특별법 실시 등으로 수련환경이 급변하면서 각 학회들은 대대적으로 이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던 것이 사실.
하지만 지난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 대유행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같은 의지와 각오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 수련병원들이 코로나 대응에 나서며 제대로 된 수련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진데다 전공의들 또한 코로나 방역의 최전선에 배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엄정하게 실태 조사를 진행할 경우 무더기 낙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장에서 코로나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수련병원들에게 수련실태조사는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제대로된 심사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 중의 하나다.
이에 따라 각 학회들은 수련실태조사를 연기하거나 보류 혹은 심사 기준을 대폭 낮추며 수련병원과 전공의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비뇨의학회가 대표적인 경우다. 비뇨의학회는 이미 수련위원회 및 이사회를 통해 지난해 즉 2020년에 대대적인 수련실태 전수조사를 기획했던 상황.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이를 올해로 연기한 바 있다. 문제는 올해도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비뇨의학회는 전수조사를 한차례 더 연기해 2022년에 실시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또한 현재 기준으로는 대다수 수련병원들이 제대로된 실태조사에 임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심사 기준도 대폭 낮춰서 진행하는 것으로 평의원회를 통해 확정했다.
이는 비단 비뇨의학회의 상황만은 아니다. 대한정형외과도 수련병원들의 상황을 감안해 기준을 최대 50%까지 낮춰 잡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신경외과학회, 핵의학회, 응급의학회 등도 마찬가지로 최소 30%에서 최대 50%까지 수련실태조사 심사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인 상황이다.
비뇨의학회 임원은 "일단 최근 수련위원회 및 평의원회를 통해 수련실태조사 기준을 지난해와 같이 대폭 낮춰 진행하는 방안을 확정했다"며 "의학회에도 이같은 방안을 보고하고 이에 맞춰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학회의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아직까지 확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의학회조차 현재 학회와 수련병원들의 상황을 알고 있는 만큼 큰 무리없이 올해도 이렇게 진행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