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교수들 전문성·자율성 훼손한 정치 프레임...외과계 몰락 자명 전공의 기피현상 심화 "전문의 취득 후 수술 못하는 외과의사 양산"
중증질환 수술을 담당하는 대학병원 외과계 임상교수들이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에 강한 우려감을 표하고 있어 주목된다.
28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대학병원 외과계 임상교수 상당수는 국회에서 진행 중인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법을 의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정치 프레임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23일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의료법안을 여야 이견으로 보류시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를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안을 재심의 후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설문조사 결과, 국민 1만 3959명 중 98%에 달하는 1만 3667명이 '수술실 CCTV 설치법 제정에 찬성한다'면서 여당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외과계 임상 교수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우선, 중증 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 수술 위축을 우려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암을 포함한 중증질환 수술 취지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면서 "피가 튀기는 출혈과 심정지 발생은 다반사이다. 어느 의사가 의료사고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CCTV 감시 하에 중증질환 수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버스와 택시 CCTV 설치와 중증환자 생명을 다루는 수술실 CCTV 설치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했다.
고려대의료원 정형외과 교수는 "수술을 집도 의사별 수술기법과 수술시간이 모두 다르다. CCTV를 설치해 수술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수술시간이 다른 의사보다 늦느냐, 왜 출혈과 심정지를 막지 못했느냐고 문제를 삼으면 논란은 끝이 없다"며 "수술 의사는 로봇이 아니다. 간단한 수술 외에 중증질환 수술을 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수들은 전공의 수련과정 부실과 외과계 몰락을 경고했다.
단국대병원 외과계 교수는 "CCTV 설치법은 중증환자 생명을 살리는 대학병원 교수도 못 믿겠다는 의미"라면서 "낮은 수가로 젊은 의사들이 외과계를 기피하는 현실에서 수술실 CCTV를 설치하면 누가 외과와 흉부외과 등을 지원하겠느냐. 외과계 추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충북대병원 외상센터 교수는 "분초를 다투는 외상환자 수술 과정에서 누군가 수술 의사를 지켜본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의사를 못 믿는 환자를 어떻게 수술할 수 있겠느냐. 믿지 못하는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권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은 수술과정에 참여해 봉합과 절개 등 외과계 의사가 되기 위한 수련을 거친다. 의료사고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전공의들이 수술과정을 눈으로 지켜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전공의 수련을 거쳐 전문의를 취득하고도 수술을 하지 못하는 의사가 양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표몰이식 정치 프레임으로 의사를 통제하려는 여당에 불만을 표출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중증환자 수술을 위축시키고 결국 피해는 환자, 국민들에게 간다. 사회주의 중국도 수술실 CCTV 설치를 안 하는 이유가 있다"면서 "의료를 통제하려는 여당과 정부의 정치 프레임은 외과계 몰락과 환자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대의료원 정형외과 교수는 "무자격자 대리수술과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미가 다르다"고 전하며 "선택진료비 폐지와 저수가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증질환 환자를 살리기 위한 외과계 교수들의 새로운 수술과 과감한 시도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