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검사의학회 등 의학계 검사 폭증 인한 과부하 우려 인력 충원과 자동화 검사 지원 촉구…기업도 대안 고심
백신 접종을 계기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코로나 사태가 델타 변이 확산으로 4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검사 폭증으로 인한 과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루에 1천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며 검사 건수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단검사 전문 인력 충원과 자동화 검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자동화 검사 기기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함께 머리를 맞대며 대안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검사 인력 피로도 극심…"인력 확충 필수적"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권계철 이사장은 11일 "전 세계적으로는 5차, 우리나라로는 4차 대유행이 현실화되며 코로나 검사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이후 더 증가하게 된다면 과부하 상태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하루에 1천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고 대규모 집합시설에서 무더기로 감염자들이 쏟아지면서 코로나 검사 건수는 나날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해 검사가 몰린 강남구 등에서는 검사 폭증으로 선별진료소가 조기 폐쇄하는 등의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 이미 과부하의 징조가 보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진단검사의학회 등 의학계와 임상 현장에서는 이미 1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 대유행으로 검사 인력들이 지쳐버린 상황에서 이러한 4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몰려드는 검사를 감당해 왔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4차, 5차 대유행이 찾아온다면 현재의 인력과 시설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계철 이사장은 "현재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RT-PCR 검사는 가장 정확도가 높지만 검체 채취부터 유전자 증폭 등의 6가지 프로세스르 거치며 필수적으로 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며 "이미 기존 인력들이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대유행으로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다는 점에서 더이상 대규모 검사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재 치료 부분에 집중되고 있는 정부의 지원을 진단검사 분야에도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물론, 임상병리사 등 검사 인력을 하루 빨리 확충해 대유행 이전에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의견이다.
권 이사장은 "1년 반 넘게 코로나가 지속되는 상황에도 검사 인력이 한번도 확충되거나 충원된 적이 없다"며 "RT-PCR 검사는 인증을 받은 곳에서만 분석이 가능하다며 점에서 단순히 시약만 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결국 숙련된 기술을 가진 인력과 잘 정비된 시설이 필요한데 현재 정부의 정책들은 치료 부분에만 집중되고 있다"며 "코로나 외에 다른 전염병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충분히 검사 인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동화 기기 대규모 보급도 강조…로슈진단 등 기업들도 고심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자동화 검사 기기의 보급도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인력 충원과 더불어 코로나 4차 대유행은 물론 이후 전염병 사태 등의 대비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지적.
더욱이 대규모로 인력을 충원할 여력이 없는 중소병원에서는 자동화 검사 기기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권계철 이사장은 "과거 진단검사실에서는 받을 수 있는 물량만을 소화했고 다양한 안전 장치와 절차를 통해 충분히 관리되고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24시간 코로나 검사만 돌리면서 상호 오염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미 그러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RT-PCR 검사는 자동화 검사 기기가 없는 이상 여러 단계를 수작업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어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에서 정확도와 안전성 등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하루 빨리 자동화 검사 기기가 보급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타미플루가 나오면서 신종플루 사태가 정리됐듯 경구용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이상 코로나 대유행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자동화 검사 기기를 꼽고 있는 셈이다.
권 이사장은 "그나마 대형병원에는 자동화 검사 기기가 보급돼 있지만 중소병원에서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검사 건수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소병원들의 로딩은 점점 더 극심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특히 그나마 대형병원은 인력이라도 충분하지만 중소병원들은 그렇지도 못한 실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자동화 검사 기기가 필요하다"며 "지금과 같이 검사가 몰려드는 시점에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며 24시간 검사를 돌릴 수 있는 자동화 검사 기기는 필수 요소"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학계의 고민에 기업들도 함께 이 부분을 고민하며 신제품 출시와 업데이트 등에 집중하고 있다.
진단검사의학회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코로나 관련 진단 솔루션만 1년만에 15개를 내놓은 로슈진단이 대표적인 경우다.
실제로 한국로슈진단은 코로나 대유행이 본격화되던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대용량 전자동 코로나 진단 기기인 cobas 코로나19 PCR을 개발해 전자동 코로나 검사 시대를 열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국내 최초의 코로나 정밀 면역 항체 시약인 Elecsys 코로나19 항체 검사를 들여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국내 의료기관에 보급하고 있다.
특히 5월에는 국내 최초의 대용량 전자동 코로나-독감 동시 진단 검사인 cobas 코로나19-독감 동시 진단 검사에 대한 허가를 받고 역시 의료기관에 제공하고 있는 상황.
여기에 더해 현재 지난해 미국 FDA와 유럽 CE 인증을 받은 현장 신속 PCR 동시검사 기기인 Liat와 역시 인증을 끝낸 대용량 전자동 항원검사기인 Elecsys 코로나 항원검사 기기도 국내 도입을 앞두고 있다.
지근섭 로슈진단 분자검사사업부 본부장은 "현재 국내에서 대표적으로 진행되는 코로나 검사인 PCR은 메뉴얼 작업이 많아 장기간 대용량 검사를 진행할 경우 검사자의 피로도가 빠르게 누적된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 부분에 대한 고민끝에 나온 것이 바로 cobas 전자동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독감 유행 시즌에 맞춰 코로나와 독감 동시 검사가 가능한 cobas 동시 진단기기는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면서도 16시간내에 864건의 검사를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라며 "진단검사의학회는 물론 국내 의료 현장의 목소리와 보건 당국의 요청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단 솔루션을 개발중에 있다"고 전했다.
진단검사의학회 등도 이러한 기업들의 움직임에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역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계철 이사장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검사 물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막상 쓸만한 시약 하나가 없었을때 스위스 로슈진단 본사가 적극적으로 솔루션을 개발하고 국내에 보내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계속해서 선도적으로 신뢰도 있는 제품들을 빠르게 공급해주고 있는 만큼 로슈진단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하지만 역시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을 포함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치료 부분에 쓰는 관심의 일부라도 진단 분야 부담을 줄이는데 써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