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지난 10일 끝으로 8개월 마라톤 협상 종료 부가세 등 이중과세 문제로 미합의…급여삭제 시 소송 불가피
뇌 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둘러싼 약제비 환수 협상이 '전원 합의'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종료됐다.
협상에 나선 58개 제약사 중에서 30여개 안팎의 제약사가 환수 협상에 피의한 가운데 청구액 상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은 협상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번 약제비 환수 협상의 두 축인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이 협상 합의서에 서명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민건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0일을 끝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이하 콜린알포) 제제 임상재평가 조건부 환수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번 협상은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시작해 2차례 연기, 재협상 및 2차례 추가 연기를 거듭하며 약 8개월 동안 진행된 마라톤협상이었다.
건보공단은 이 과정에서 협상 합의서에 임상 재평가 실패 시 약제비 환수율 처음에 100%를 명시했지만 제약사들의 거부 의사가 명확해지면서 50%에서 30%, 20%까지 막판 조정하면서 협상에 임했다.
그 결과, 2차 환수협상에 임한 58개 제약사 중에서 약 30여개가 20% 환수율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건보공단 청구액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는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은 합의한 제약사 명단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10여개사들도 대웅바이오, 종근당과 운명을 같이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대웅바이오(글리아티민)와 종근당(글리아티린)의 지난해 콜린알포 제제의 처방금액은 각각 972억원, 830억원에 이른다.
취재 결과,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은 건보공단과 협상 마감시한인 10일까지 협상을 했지만 서로 다른 이유로 합의서에 서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구액 1위인 대웅바이오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가세와 관련된 이중과세 문제다. 청구액에는 약품비에 더해 부가세가 포함돼 있는 금액이기에 환수율에 해당 부가세 비율은 제외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환수율 20% 중에 부가세 비율을 추가로 제외해야 한다고 건보공단에 요구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웅바이오의 경우 이중과세 문제가 합의에 난제로 작용했다. 약품비 청구액에는 부가세가 포함된 금액인데 환불을 해주면 이중과세 문제가 생긴다"며 "건보공단이 만약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면 국세청에 환불하면 되는데 건보공단이 세금계산서 발행기관이 아니기에 문제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반면, 종근당은 이번 환수협상과 별개로 사용량-약가연동 협상(PVA, Price-Volume Agreement)의 기회가 추가로 남았다는 점이 작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PVA는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기 위해 건보공단과 제약사가 약가 상승분을 분담하는 방법으로 사용량이 급증한 약제에 대해 적용된다. 건보공단과 협상을 통해 약가가 인하되는 대신 사용량을 지키는 방식이다. 종근당 콜린알포 제제 PVA 대상이 되면서 추가 협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PVA 협상 합의서에도 임상재평가 등 안전성·유효성에 문제면 기존 건강보험 청구액 전액을 반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
제약업계 관계자는 "종근당의 경우 PVC 협상이 추가적으로 남아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 협상을 합의하지 않더라도 같은 약제 대상으로 유사한 협상을 다시 해야 하기에 그곳에서 막판 협상을 끌어가보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아울러 제약업계에서는 건보공단 환수협상에 합의하지 않은 제약사들의 콜린알포 품목에 대해 복지부가 급여삭제 조치를 할 경우 추가적인 소송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도 콜린알포 관련 협상명령 및 협상통보 취소소송, 위헌확인 헌법소원 등 10개가 넘는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이번 복지부의 재협상에도 법적허점이 지적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협상에 대한 법적인 규정이 애매모호하다는 데 있다. 일부에서는 '재협상'이라고 말하지만 협상 근거인 조항을 보면 관련 규정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협상으로 봐야 한다"며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상 '재협상'과 관련된 근거가 전혀 없는 만큼 법적 허점을 빌미로 급여삭제 시 추가적인 소송이 진행될 것이 자명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