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아주대·인하대·경희대, 수도권 지역 종합병원 설립 경쟁 의료계·시민단체 "복지부 병상억제 책임 방임, 피해는 결국 국민"
인천 청라를 시작으로 대학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설립이 무서운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지역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의료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며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병상 통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최근 분원 설립을 공표하고 나선 대학병원은 시흥배곧 서울대병원과 인천 청라 서울아산병원을 시작으로 평택에 아주대병원, 김포에 인하대병원, 하남에 경희대병원 등 모두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들 병원 모두 상급종합병원으로 해당 지역에 500~7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설립을 공식화했다.
청라 공모에서 탈락한 인하대병원은 김포시와 '김포메디컬캠퍼스 조성을 위한 포괄적 상호협력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은 김포 풍무 역세권 개발사업 대학용지 9만㎡에 인하학원 산하 의료 및 교육시설을 조성하는 것으로 2024년 착공을 목표로 700병상 규모의 '김포인하대병원'을 건립할 예정이다.
아주대병원은 이달 초 보도자료를 통해 평택 브레인시티 의료복합타운에 500병상 규모 종합병원 건립을 발표했다.
우선협상자에 선정된 아주대병원·투게더홀딩스 컨소시엄은 평택 지역 중증 응급환자와 외상환자, 신종 감염병 환자 치료에 최적화된 첨단 종합병원 건립과 의료복합클러터 구축을 약속했다.
경희대병원은 경기 하남시 'H2 개발 프로젝트' 공모 참여를 공식화했다.
하남시는 8월말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하남시 개발 사업에는 청라 공모에서 고배를 마신 차병원과 함께 민간 종합병원인 명지병원 등이 가세한 '3파전' 양상이다.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인 대학병원들의 명분은 동일하다.
해당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대학병원 유치를 원한다는 것 그리고 현 본원의 의료인력과 치료 시설이 한계에 달해 새로운 병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은 암 등 중증질환 치료를 위한 의료접근성과 부동산 가격 상승 효과 등을 기대하며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지역 의료계 위기감은 최고조인 상황이다.
경기 지역 종합병원 병원장은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 바람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자체 핑계를 대며 우후죽순 종합병원 건립 추진에 국회와 복지부 모두 뒷짐을 지고 있다"면서 "의료인력과 환자 쏠림은 자명해지고, 지역 병의원 경영은 더욱 황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의 무책임한 처사를 비판했다.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인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는 "대학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설립 경쟁은 분명히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지역내 환자는 정해져 있다. 대학병원 간, 대학병원과 병의원 간 무모한 경쟁이 우려된다"며 "보건복지부의 의료전달체계 확립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 경쟁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과 동일하다. 지역 병의원은 살아남기 위해 과잉진료와 비급여 진료에 집중하고 결국 피해는 환자, 국민에게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 교수는 "무엇보다 지역별 병상 총량을 규제해야 하는 복지부가 책임을 방임하고 있다"면서 "코로나를 이유로 의료전달체계 발표가 지연되고 있지만 대학병원 분원 설립을 억제하는 경고 메시지를 시급히 전달해야 한다. 현 상황은 의료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