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정보원과 한국규제법학회, 공동 학술대회 개최 심의 결과 예측 가능성 등 자율심의 신뢰성 확보 방안 모색
"건기식 광고는 식품 전체 허위·과장 광고의 30%를 차지할 정도다."
최근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의 기능성 광고 사전 심의가 위헌으로 결정되면서 건기식의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더욱 증가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기식 광고는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므로 일반적인 제품 광고와 다르게, 전적으로 표현의 자유의 영역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만큼 적정한 수준의 광고 개입 및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26일 식품안전정보원과 한국규제법학회는 '식품안전법제의 체계성과 통일성 확보를 통한 미래지향적 규제개혁 방안'을 주제로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건기식 광고의 실태와 규제에 관한 연구,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식품안전법제의 분석과 전망 등을 점검했다.
건기식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가공한 식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물시험, 인체적용시험 등 과학적 근거를 평가해 기능성 원료를 인정하고 있으며, 건기식은 이런 기능성 원료를 가지고 만든 제품을 뜻한다.
건기식이 인체 및 질환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문제는 각종 매체에서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식의 광고가 범람, 소비와 복용을 부추기면서 건기식의 범주가 의약품에 준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
그간 건기식 광고는 사전 심의 대상이었지만 의료광고 및 의료기기 광고 심의에 대한 위헌 판결 이후 건기식도 자율심의제로 변경된 바 있다.
이와 관련 건강기능식품 광고의 실태와 규제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장석권 한양대 CRC센터 교수는 "건기식도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통해 자율 심의제를 운영하게 됐다"며 "건기식 광고는 식품 전체 허위, 과장 광고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 피해가 지속되고 있으며 인터넷 광고로 인한 피해가 99%로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기식 광고 사전 심의 제도가 검열이라는 이유로 위헌 결정 이전부터 이미 다른 광고 심의 사례에 비춰 위헌 결정이 예상됐다"며 "이에 자율 사전 심의제도가 도입됐지만 기존 심의 제도에 자율이란 단어만 붙었을 뿐 심의 단체, 수수료, 심의위원의 구성, 관할 기관 등 차이점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존 법정 사전 심의 제도의 경직성 및 강제성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무규제로 인한 불법 광고 난립 및 이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막을 '건기식 광고 자율 심의제 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장 교수는 "현실적으로 건기식 사업자가 심의를 위한 기관을 설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의를 담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주체는 건강기능식품협회밖에 없다"며 "협회의 단독 심의 결정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협회가 세부 심의 규정 및 심의위원회 구성, 위원회 명단 등을 일정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 심의의 목적이 업계의 자율적 노력을 통한 올바른 표시광고로 소비자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심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올바른 광고물 노출 유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현재 심의는 광고물 심의 신청 전에 충분히 자문을 받을 절차가 없어 심의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지적했다.
이어 "건기식 광고가 일반광고와 달리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업계의 자율심의에만 의존치 말고 정부의 제도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광고물에 대한 정기 모니터링 제도 등 안전한 건기식 광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역할 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자율 심의 비용이 상당하지만 비용의 적절한 사용에 대한 관리, 감독 체계가 없어 정부의 역할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 게다가 심의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식품안전처장에게 이의신청하도록 한 부분도 여러 상품을 심의 받아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장 교수는 심의기관의 구성 및 운영의 투명성 확보 및 정부-업계간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한 자율심의제 안정화 등이 광고 적정화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장 교수는 "건기식은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국민 건강 및 안전 등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며 "의약품, 건기식은 오로지 상업 광고로만 접근할 수는 없으므로 전적으로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만 표현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한 국가 개입이 검열에 해당한다는 헌재 결정을 존종해도 심의 주체의 구성 및 세부 심의 저라 공개 의무 등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광고주 및 소비자가 심의 결과에 대해 예측 가능해지면 자율심의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건기식 광고 심의의 목적이 심의 자체가 아니라 불법, 부당 광고 유통 방지를 통한 건전한 광고 문화 조성과 소비자 보호에 있다면 심의위원회를 통한 심의를 최소화하고 심의 결과를 예측 가능하게 심의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경우 의사협회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의 경우 반복되는 유사 심의 사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일반심의, 전문심의, 기타심의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반면, 현재 건강기능식품협회 회의는 월 4회, 연간 50회 회의로 연간 7000건이 넘는 광고심의를 처리하고 있어 부실 심의 및 이로 인한 심의 결과 신뢰성 저하의 우려가 있다.
장 교수는 "전문위원을 통한 심의 처리, 위원장 직권 심의제 등 다양한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광고 특성상 계절, 시간대 등 적절한 시점에서 노출이 필요한데 이런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응하기 위해선 온라인 사전 심의 시스템과 같은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하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기식 광고는 피해가 구체적이지도 크지도 않은 다수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하고 있고 일단 광고를 통해 한순간 수익을 보면 그뿐이라는 인식으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분야"라며 "과대과장광고 행태가 의료 약제 분야보다 더 난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가 사전 심의제에 대해 과거 합헙 결정을 내렸다가 최근 위헌으로 선회한 배경이 궁금하다"며 "심의위원회나 자문기관 등에는 소비자단체 대표나 법조계보다 의료인이나 약사 등 별도의 중립적인 전문가가 필수적으로 구성돼야 판단의 정확성이 담보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