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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계 학회 긴급 성명 "CCTV법 외과 의사 씨 말릴 것"

발행날짜: 2021-08-29 01:13:52

외과학회, 신경외과학회 등 5개 학회 법안 문제점 지적
"최소한의 방어 진료 불가피…의료 체계 붕괴 가속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급물살을 타자 외과계 학술 단체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CCTV 의무화가 현실화될 경우 외과 의사들의 방어 진료가 불가피해지며 장기적으로 외과 의사를 기피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며 의료 체계가 붕괴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외과학회 등 5개 학회가 긴급 성명을 통해 CCTV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신경외과학회와 외과학회,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산부인과학회, 비뇨의학회 등 외과 계열 5개 전문학회들은 28일 공동 긴급 성명을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 학회들은 "수술 과정을 CCTV로 녹화하는 것 만으로도 외과계 의사들은 향후에 이 영상이 의료 분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의사들은 촬영이 돼도 문제가 없을 만큼만 수술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악성 암 환자의 경우 환자가 후유증이 남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절제를 하는 것이 완치율과 생존율을 높일 수 있지만 수술 과정에서 정상 조직과 암과의 경계가 불분명 할 경우 CCVT가 있다는 전제 아래 안전한 부위만 절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5개 학회는 "CCTV가 향후 의료 분쟁의 증거로 사용돼 외과 의사들에게 불리하게 작용이 된다고 생각되면 무리하게 절제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남기고 나갈 수 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암 환자들의 재발률과 사망률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학회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외과계 의사들이 응급이나 고위험 수술, 질식 분만, 비뇨의학과 신장 절제술이나 전립선 절제술 등 수술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수술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무리 외과계 의사들이 최선의 주의 의무를 다하고 조심한다 해도 환자의 상태나 수술 부위의 유착 여부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혈관 손상이 발생할수 있어도 지금까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수술을 진행했지만 CCTV가 있다고 전제한다면 이러한 수술을 누가 하겠느냐는 반문이다.

학회들은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외과계 의사들은 고위험 수술을 포기한 채 환자를 모두 상급 병원으로 전원하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상급병원에 고위험 수술이 누적돼 결국 환자들은 수술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학회들은 CCTV 녹화로 수술과 관련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환자에 도움도 되지 못하면서 집도의의 수술 집중도만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들은 "법안에 따르면 수술실 CCTV가 녹음은 하지 않고 영상만 기록하기 때문에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대화의 내용은 알기 어렵다"며 "의사들의 문제적인 발언, 예를 들면 성희롱 발언 등과 같은 것을 억제하는 데는 제한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미 현미경 수술이나 내시경 수술 등은 대부분 녹화를 하고 있으며 각종 모니터링 장비로 기록되고 있는데 CCTV를 통해 의사가 환자 주변에 서있는 모습만 수시간 동안 녹화를 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 학회들은 이미 전공의들이 외과계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아예 외과계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힘든 수련 과정과 장시간의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전문성, 노동량에 비해 지금도 보상은 별로 없는 상태에서 이제는 CCTV까지 달아서 수술로 인한 분쟁만 많아진다면 누가 외과계를 지원하겠느냐는 비판이다.

이들 학회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전공의들이 외과계를 더욱 기피하게 될 것이고 결국 전국에 외과계 의사가 부족해 수술을 하지 못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며 "극히 일부 외과계 의사들의 잘못된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서 수많은 외과계 의사들의 손목을 묶어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부디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을 철회하고 의사들 스스로 자정 노력과 함께 극히 일부 의사의 일탈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게 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외과계 의사들은 지금까지 무한히 갈고 닦았던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