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법이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7년 전에 관련 법안이 등장했고, 최근 일부 병원에서 '대리수술' 사실이 연이어 적발되고,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면서 법안 통과는 급물살을 탔다.
수술실 CCTV 설치는 결과적으로 '대리수술' 때문에 나온 법이다. 수술실에서 실제 '수술'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구별하기 위한 장치다. 의료계의 비윤리적인 관행이 수면위로 드러나 법안 통과에 속도가 붙은 만큼 의료계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전세계 최초 규제책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외과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해당 법안이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의료계는 되돌아보고 자성해야 한다.
만들어진 분위기에서 법안 통과는 시간 문제였고, 8월 31일자로 물은 엎질러졌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법안이 즉각 시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년의 유예시간을 벌었다.
'수술실 안에 CCTV를 설치한다'는 부분은 확정이지만 어떤 카메라를 어디에다가 설치할지, 비용 지불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 세부적인 내용을 정해야 한다.
의료계가 지금껏 법안 통과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면 이제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 때다. 미래 이야기는 철저히 '대리수술'에 포커스를 맞춰서 고민해야 한다.
의료계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단연 외과계 의사들의 위축. 안그래도 기피과로 꼽히는 외과계의 위기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여기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 먼저 정부에 내밀어야 한다.
정부 역시 의료계의 잘못된 관행의 근원은 '저수가 현실'에 있다는 의료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문재인 정부 초기 약속 했던 적정수가를 보장하는 분위기라도 만들어야 한다.
수술하는 의사가 안그래도 없었는데 앞으로는 더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기피과에 돈을 더 준다는 것 말고도 젊은의사들을 유인할 수 있다는 방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때보다도 현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