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 당 24.3명 → 2020년 24.6명 소폭 증가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 유례없어…규제 풀어야
문재인 정부 4년간 자살 예방 대책이 공회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취임 초기부터 자살예방 사업에 공을 들였지만 자살률은 변하지 않아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대한신경과학회는 공식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경과학회는 "문 정부 취임 초기 2017년의 자살률이 24.3명이었는데 2018, 2019년에는 오히려 증가했고, 2020년에도 24.6명으로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자살자 수는 지난 4년 동안 하루에 약 38명으로 총 5만 2950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자살한 사람들 중 75%가 3달 이내에 두통, 어지럼증 등 여러 신체 증상으로 병의원을 방문하는데 이 때 의사가 우울감과 자살 생각에 대해 물어보았다면 예방할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자살 원인의 90%를 차지하는 우울증의 치료율 증가없이는 자살률 감소는 없다"고 주장했다.
우울증 치료를 막는 원인은 비정신과 의사들의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 규제라는 게 학회 측의 판단. 미국, 호주,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여러 나라들에서 SSRI 항우울제 사용량의 증가에 반비례해 자살률이 급격하게 감소한 점을 참고해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신경과학회는 "호주에서 15세 이상을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살률 변화와 항우울제 사용량을 비교한 결과 SSRI 항우울제의 사용량이 높을수록 자살률이 유의하게 감소했다"며 "한국 외에 전 세계 어느 나라도 SSRI 항우울제 처방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욱이 항우울제는 남용, 의존성 위험이 높아서 정부가 관리하는 마약성 진통제, 각성제, 안정제, 진정제에 속하지 않는 안전한 약"이라며 "한국의 모든 의사들은 2등급의 가장 위험한 마약성 진통제도 처방할 수 있는데 왜 매우 안전한 항우울제를 처방하지 못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가정의학회가 10여 년 전부터 여러 차례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의 폐지를 요구했고, 더욱이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영국의 수잔 오코너 OECD 자문관(정신과 의사)은 한국의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에 크게 유감을 표했다"며 "이런 잘못된 규제는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고 신속한 규제 폐지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