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가 확립되지 않은) 이상반응 발생 건수를 중계하듯이 공개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백신학회
정부가 10월 말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의 방역체계 개편을 예고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의학계도 마찬가지. 최근 추계학술대회 시즌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학회들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의 효용성을 살피고 있다.
백신학회 학술대회에서도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방역당국이 일일 브리핑을 통해 공개하는 확진자 수와 이상반응 발생 건수가 과연 접종률 향상에 도움이 되냐는 것.
최근 국내에서의 확진자 수가 일 3000명 대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자 벌써부터 위드 코로나는 시기상조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고집하는 일일 확진자 수 공개는 방역체계 개편이라는 아젠다 공론화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 접종률이 올라가며 치명률이 낮아진 만큼 이제 사망자와 중증 질환자 발생률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실제로 앞서 위드 코로나 실험에 나선 싱가폴, 영국, 덴마크, 싱가폴 등은 마스크 벗기, 거리두기 완화 등의 조치 이후 확진자 수 급증을 경험했지만 혼란은 적었다. 중증 발생 및 사망률에선 큰 차이가 없거나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을 뿐 아니라 방역당국 역시 이들 지표를 중심으로 현황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허수에 불과한 확진자 수 공개는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크다. 백신 접종률 상향에도 불구하고 통제를 벗어난 감염자 급증은 곧 백신 무용론이라는 성급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 역시 접종률을 떨어뜨리는 위험 요소다.
스포츠 중계하듯이 벌어지는 이상반응 사례 발생 건수 브리핑도 접종률 제고에 발목을 잡는다. 백신학회는 소아청소년에 집중된 이상사례 보고나 아스트라제네카의 부작용 발생이 그 자체로 백신으로 인한 인과관계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소아청소년의 예민한 감수성 및 이들에게 친숙한 인터넷/모바일 이용 환경이 대량의 이상반응 사례 보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나 국내 최초 백신 접종이 아스트라제네카로 시작된 만큼 해당 품목에 대한 관심 및 우려가 쏟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라는 뜻이다.
같은 내용을 말한다고 해도 무엇에 비중을 두냐에 따라 해석의 범위는 달라진다. 기업의 부채 비율이 늘어났다는 말과 (경기 호황에 대비해) 부채를 늘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말은 같고 또 다르다.
위드 코로나 전환을 생각한다면 방역당국은 무엇보다 정보 공개의 핵심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 지금과 같이 확진자 수에 초점이 맞춰진 브리핑 지침은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중계'에 불과하다. 방역체계에 필요한건 중계자가 아닌 설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