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전문가들, 법적, 제도적 한계에 대한 정부 해법 요구 정부, 시스템 마련 필요성 공감…방법론은 원론에 머물러
보건의료 데이터의 디지털 전환과 산업화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와 현장의 괴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성장을 막는 규제 개혁 요구를 지속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원론적 방법론에 머물고 있는 이유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29일 제 16회 학술포럼을 열고 보건의료 데이터의 활용 방안과 산업화를 위한 과제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서 보건의료 데이터의 활용과 산업화에 분명하게 한계가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에 대한 장기적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균관대 의과대학 서성욱 교수는 "의료 인공지능 등이 크게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임상에 적용하기는 아직 검증 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여전히 임상 연구 경험이 없는 IT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이러한 시행 착오 속에서 기업도 손해를 보고, 의사도 손해를 보고, 환자도 피해를 보는 과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그는 정부 차원에서 인공지능 의료기기의 임상 연구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단계부터 임상 의학적 측면의 설계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나서 법적, 제도적 안전 장치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 교수는 "인공지능 의료기기가 갖춰야할 기본 요건을 검증할 수 있도록 임상 연구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연구, 개발 단계에서부터 임상 의학적 측면의 설계가 필요하고 이는 곧 정부의 역할"이라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IBM과 같은 세계적 기업들도 줄줄이 이를 중단하고 있는 상황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마찬가지 의견을 내놨다. 정부 차원에서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법적, 제도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딜레마들을 풀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의학계나 기업들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법적, 제도적 한계가 여전히 지속되는 한 비생산적인 시행착오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울산대 의과대학 김장한 교수는 "지난해부터 의학계를 중심으로 보건의료 데이터 연구 활용에 대한 윤리 지침을 작성해 왔고 올해 10월 이를 공개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내용을 담았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한계는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첨바법 등 현행법 사이에 부딪히는 부분들이 많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보다 총체적인 단위의 폭 넓은 법안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모바일, 웨어러블 헬스케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의견이 나왔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러한 사업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
정부가 명확하게 규정을 확립하고 이에 맞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 대응을 시작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 김희찬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모바일 헬스케어에 대한 의료기기 인허가는 상당히 복잡하고 문턱이 높다"며 "신기술과 혁신 기술 제품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특히 개인 정보 보호와 사이버 보안, 의료 데이터의 상업적 이용 활성화와 이익 공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하고 또한 사회적으로 합의된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원격 모니터링과 원격의료를 명확히 구분해 기술의 발전과 도입을 활성화 하기 위한 대안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원론적인 방법론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 방영식 과장은 "의료 데이터의 디지털 전환이 제약 산업과 의료기기 산업 모두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사회적 인식도 성숙돼 있다"며 "또한 정부의 정책 의지도 강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낮은 데이터 품질과 개인정보침해 우려 등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고 산업화하는데는 많은 제약 요인이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현장에서 지적한 각종 현행법 사이의 괴리와 한계, 임상 전문가와 기업을 묶을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 산업의 성장을 막고 있는 규제 대응 등의 해결책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원론적 부분이다.
방 과장은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정책적인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하고 있다"며 "또한 법률과 가이드라인, 규제간에 혼란이 여전하고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부분도 이해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이를 위한 종합적인 법제화가 필요하다는데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인 만큼 정부도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