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차원철 디지털혁신센터장 데이터 표준화 통한 통합 관리 강조…"이미 시대적 흐름" "각 기관별 데이터 통합이 최대 난제…AI는 부가적 혜택"
"과거와 같이 인력과 예산, 시간을 쏟아 붓으려 관리하는 의료 시스템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어요. 디지털 전환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의미죠. 이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이를 어떻게 이롭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지 가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4차 산업 혁명과 맞물려 의료 시스템에도 디지털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과거 단순히 전자의무기록(EMR) 등으로의 선택적 전환이 아닌 진단과 치료, 연구와 교육까지 아우르는 의료 전반에 대한 변화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이 이러한 변화에 부채질을 했고 빅데이터와 의료 인공지능이 불쏘시개가 됐다. 바야흐로 이제는 '디지털'을 빼고는 의료의 미래를 설명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를 증명하듯 각 대학병원들은 앞다퉈 디지털을 앞세운 전담 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이러한 열풍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센터의 수장을 맡은 차원철 센터장은 이를 '불가역'이라고 요약했다. 갈 수 밖에 없는 길이고 돌아올 수도 없는 길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통한 데이터 관리 필연적…표준화가 중점 과제
차원철 센터장은 "이미 의료와 의학의 발전 속도는 과거와 비교를 할 수 없게 빨라지고 있다"며 "또한 여러 학문, 산업과의 융합과 맞물려 그 범위도 엄청나게 방대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과거와 같이 문헌을 검색하고 이를 다시 취합한 뒤 분석하며 치료법을 찾아가고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교과서를 짜기에는 이미 그 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이러한 작업이 진행되는 수년 동안 이미 각종 신약과 치료 기법들이 나오게 되고 결국 그 노력의 산물들은 나오는 즉시 과거 얘기가 된다는 점에서 데이터에 대한 즉각적 관리와 접근은 이미 필수 요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디지털을 접목함에 있어 전담 조직에 '디지털혁신센터'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말 그대로 혁신의 수준까지 변화를 이끌어 내지 않으면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은 국내에서 디지털 전환에 누구보다 앞서고 있는 의료기관 중 하나다. 이미 2010년대에 차세대 EMR을 구축해 데이터 표준화를 도모하고 있고 병원 어디에서든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EMR은 물론 문진 체크리스트조차 이미 디지털로 전환해 놓은지 오래다.
최근에는 병리 슬라이드조차 모두 디지털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이른바 디지털 병리 시스템으로 현재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곳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 최우선 과제로 데이터의 표준화를 꼽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또 다른 인력이나 노력, 가공없이 의료 데이터가 있어야 할 곳에 정확하게 꽂혀서 관리되고 필요할때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불러오는 것이라는 것.
결국 광의에 있어 디지털 헬스케어는 물론 빅데이터의 시작이자 끝이 바로 이 부분, 표준화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차 센터장의 설명이다.
차 센터장은 "결국 디지털 전환, 나아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은 안정적이고 안전한 IT 인프라에 의료 시스템과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올려놓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표준화이며 이게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의료진이, 어느 공간에서 진료를 하고 수술을 하고, 연구를 하더라도 같은 방식으로 그 데이터가 모아지고 같은 방식으로 분석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차원철 센터장은 "지금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센터 단위의 진료가 이뤄지고 있고 각 센터마다 환자 데이터가 전혀 다르게 입력되고 있다"며 "진단하는 의사와 수술하는 의사, 항암치료 하는 의사가 같은 환자를 보는데 서로 다른 데이터를 보고 서로 다른 데이터를 입력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혁신센터가 구축되고 가장 먼저 제1 중점과제로 암 데이터 레지스트리와 표준화를 선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며 "환자 중 암 분야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 부분부터 표준화된 서식을 만들고 보급하는 동시에 정리하면서 시작해 보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차세대 EMR 통해 표준화 시동…러닝헬스시스템이 2차 목표"
이미 이러한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한 기반은 삼성서울병원이 자체적으로 최적화한 차세대 EMR인 다윈이다.
차 센터장은 이 다윈을 통해 의료 정보를 부분별로 하나씩 표준화한다는 1차 목표를 세워놓은 상태다. 국가별 표준화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인 만큼 적어도 삼성서울병원 내에서는 완벽하게 표준화된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차원철 센터장은 "지금 전국 어느 병원을 가도 환자가 응급실에서 잰 혈압과 병동에서 잰 혈압, 외래에서 잰 혈압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없다"며 "몇 일동안 병원에 있었지만 혈압에 대한 히스토리조차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차세대 EMR인 다윈을 통해 이러한 부분들을 표준화하고 네트워크로 묶는 고도화 작업을 진행중에 있으며 올해 안에 이 기반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인 디지털화의 기틀이 잡히는 셈"이라고 기대했다.
이를 통해 삼성서울병원은 클리니컬 데이터 레이크(CDL)와 러닝헬스시스템(LHS)를 구축하는 것을 2단계 목표로 세워 놓은 상태다.
다윈을 통해 병원내는 물론 병원 밖에서도 어느 곳에서나 표준화된 데이터를 입력, 출력하는 동시(CDL)에 이 과정에 이뤄지는 진단과 치료, 연구 성과들이 곧바로 다시 빅데이터 속으로 녹아들어가는(LHS)순환 구조의 통합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셈이다.
차 센터장은 이 작업이 완료되면 가장 먼저 의료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닝헬스시스템을 통해 표준화된 의료 데이터가 자동으로 입력되고 빅데이터로 녹아들어 관리되는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AI 분야에서 성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차원철 센터장은 "AI의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CDL와 LHS 시스템의 기틀을 잡은 상태로 이미 일부에서는 성과가 나오고 있는 중"이라며 "삼성서울병원 자체적으로 개발한 AI인 낙상 모델이 대표적인 경우로 하루 2천명에 달하는 입원 환자 데이터를 AI가 자동으로 분석해 고위험 환자를 구분하고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모델이 이미 상용화된 상태"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이제 남은 과제는 이렇게 구축된 AI 가 과연 안전한지,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해야 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대규모의 시스템들은 원내 모든 구성원들은 물론 나아가 정부와 타 기관들과의 공조와 공감이 필요한 만큼 선제적으로 표준화된 데이터의 효용성을 입증하며 선도 모델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