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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의료기관 15곳 취소 위기...환자 내쫓아야할 판

이창진
발행날짜: 2021-10-05 05:45:56

복지부, 온라인 간담회…2차 지정 19곳 중 4곳만 회복기 기준 '충족'
일부 병원 입원환자 퇴원 유도…협회 "실효성 있는 정책·제도 필요"

올해 지정된 재활의료기관 19곳 중 15곳이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회복기 재활환자 40% 기준 미달로 지정 취소 위기에 봉착했다.

재활의료기관들은 정부에 회복기 재활치료 대상군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나섰다.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보건복지부와 재활의료기관협회는 최근 첫 온라인 간담회를 갖고 재활의료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지정된 재활의료기관 대다수가 회복기 재활환자 기준 미충족으로 지정 취소 위기에 처했다.
복지부 지정 제1기 재활의료기관은 총 45개소이다.

지난 2020년 2월 국립교통재활병원과 국립재활원, 명지춘혜병원, 일산중심병원, 로체스터병원, 청주푸른병원 등 26개소가 1차 지정됐다.

이어 2021년 1월 SG삼성조은병원, 광주365재활병원, 드림솔병원, 메드윌병원, 베데스다요양병원, 분당베스트병원, 대전재활전문병원, 아이엠병원 등 19개소가 2차로 지정됐다.

복지부는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2차로 지정된 19개소를 대상으로 재활의료기관 준수 기준 등 의견을 교환했다.

2차에 합류한 19개소 중 회복기 재활환자 40%를 충족하는 곳은 4개소 뿐 이다. 나머지 15개소는 올해 연말까지 40% 기준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환자 입원 저하와 급성기 병원, 요양병원 등과 재활환자 연계사업 효과가 미비해 사실상 기준 충족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1차 재활의료기관 상당수는 입원환자 수를 줄여 회복기 재활환자 40% 기준을 간신히 충족시킨 실정이다.

재활의료기관협회(회장 이상운)는 회복기 재활치료 대상군 확대 등을 복지부에 건의했다.

협회 임원은 "현 질환군으로 회복기 재활환자 기준 40%를 충족시키는 것은 무리"라면서 "대상군 확대와 기준 유예 등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회복기 재활환자 대상군은 뇌졸중과 뇌손상, 척수손상, 고관절, 골반, 대퇴의 골절 및 치환술, 하지부위 절단 및 비사용 증후군 등이다.

협회는 슬관절과 마비증후군, 자동자보험 환자 이어 과거 중추질환자가 감염과 수술, 심장, 호흡기 질환 등 2차 치료 후 MBI(일상생활검사)가 20% 이상 감소한 경우 비사용 증후군 포함 등을 주문했다.

2차에 지정된 지방 재활병원 병원장은 "회복기 재활환자 기준을 맞추기 위해 대상군이 아닌 입원환자를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복지부는 고시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하나 의료상황이 달라졌다면 공무원들이 고시를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재활의료 국가 대표 병원들을 선발해 놓고 1년 만에 기준 미충족으로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고령사회를 앞두고 재활의료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면 고시 타령만 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진행 중인 급성기 환자 퇴원지원 및 지역사회 연계활동 시범사업 개선도 촉구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를 재활의료기관에 내려 보내는 시범사업은 낮은 수가로 실효성이 전무하다는 시각이다.

재활의료기관들은 회복기 재활 대상군 확대 등 실효성 있는 정책과 제도를 주문했다. 수도권 재활병원 모습.
충청권 재활병원 병원장은 "지금까지 인근 상급종합병원에서 재활환자를 의뢰한 적이 없다. 재활의학과 교수들조차 복지부 지정 재활의료기관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며 "아무런 홍보도 없은 탁상공론 정책을 내놓고 재활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언제까지 지속할 셈인가"라고 반문했다.

복지부는 간담회에서 재활의료기관협회로 창구를 일원화해 의견을 달라는 원론적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운 회장은 "1차에 이어 2차 지정된 재활의료기관 대다수가 지정 탈락 위기에 몰렸다"면서 "고령사회에 대비한 재활의료기관 지정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원칙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의료현장에 맞는 정책과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부가 간담회를 마련한 것은 고무적이나 회복기 재활환자 지정 기준을 무조건 맞추라고 강권하지 말고 협회를 통한 의견수렴으로 제도 활성화와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