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블록 이은솔 대표이사, 타 기업과의 차별성 강조 블록체인-메디패스와 연결성 핵심 "PHR 마지막 퍼즐"
한국 의료산업의 미래 'CEO'에게 묻는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호황에 가려졌던 의료산업 분야가 4차 혁명의 물결을 타고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더 없는 기회를 만나 도약을 준비하는 한국 의료산업 기업들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을 CEO들을 찾아가 직접 물었다. |편집자주|
|"대한민국 대표 PHR 기업 꿈꾼다"-메디블록|
"의사가 의사의 의견을 들어 직접 만든 클라우드 EMR이잖아요.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컸어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이제 진정한 PHR(personal health record) 기업을 향한 조각을 다 맞춰놓은 느낌입니다."
바야흐로 디지털 헬스케어의 전성시대다. 국내의 우수한 IT 인프라와 의료가 만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 와중에서도 의료 인공지능(AI)과 함께 클라우드를 활용한 빅데이터 시스템은 더욱 경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다.
EMR도 마찬가지. 과거 유비케어와 이지케어텍, 비트컴퓨터 등이 주름잡던 시장에 잇따라 스타트업들이 클라우드를 접목한 이른바 클라우드 EMR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사실상 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지스헬스케어와 세나클소프트가 출사표를 던진데 이어 이번 달에는 메디블록이 클라우드 EMR에 발을 딛었다.
어찌보면 스타트업 중에서도 한발 늦은 감이 없지 않은 상황. 하지만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는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너무나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기업들은 EMR이 시작점이지만 우리는 사실상 마지막 퍼즐이에요. 진정한 PHR로 가는 길에 클라우드 EMR이 놓여있던 것 뿐이죠.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존 EMR 업체들과 경쟁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에요."
어찌보면 황당한 이야기로 들린다. 개발 비용을 들여 클라우드 EMR을 출시했는데 경쟁을 하지 않겠다니. 하지만 이에 대한 배경에는 메디블록이 목표로 하고 있는 골라인이 있다. 바로 PHR이다.
메디블록의 탄생 이유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건강 정보들을 한 곳에 모아 환자에게 주겠다는 목표인 만큼 클라우드 EMR은 이를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은솔 대표는 "메디블록을 만든 것은 지금까지 의료기관, 의료인 중심으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환자에게 돌려주겠다는 목표였다"며 "이는 완전히 새로운 환자 경험의 시작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 먼저 블록체인을 만들었고 메디패스라는 환자용 앱을 더했다"며 "클라우드 EMR은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흩어져 있는 환자 정보를 모으기 위한 방편으로 클라우드 EMR을 택한 셈. 현재 상용화된 EMR 시스템으로는 메디블록이 가고자 하는 길을 함께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수많은 EMR 기업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눠봤지만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아무리 비용과 시간을 들여도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일단 의사가 퇴근하면서 컴퓨터를 끄면 정보가 중단된다는 점에서 무조건 클라우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개발중인 클라우드 EMR은 메디패스와의 연동성 등에서 한계가 있었고 결국 우리가 의사들에게 피드백을 받아가며 새롭게 UI(user interface)와 UX(User Experience)를 구성하기 시작했다"며 "나 또한 EMR을 써봤고 많은 의사들과 소통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집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메디블록이 내놓은 클라우드 EMR인 닥터 팔레트는 완전히 웹 기반으로 무게를 줄이고 접근성을 높였고 모바일 앱과의 연동으로 진료 중 모바일로 촬영한 사진이나 환자가 찍은 사진을 곧바로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해 UX를 향상시켰다.
또한 의사들이 가장 불만스럽게 생각했던 급여 기준 변경 등을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환경을 갖췄고 DUR 연동은 물론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를 내장했다.
이은솔 대표는 "아무래도 과거 EMR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완벽한 웹 기반으로 구성해 윈도우는 물론 모든 운영체계에서 작동이 가능하며 수술실과 시술실 등의 공간은 물론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 모든 기기에서 구동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특히 예전에 도스 느낌이 나는 UI를 완전히 지금의 앱과 같은 수준까지 전환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디자인을 강조했다"며 "처음으로 공개한 K-HOSPITAL FAIR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도 '너무 편하고 예쁘다'라는 말일 정도로 신경 쓴 부분이 인정받아 기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앞서서도 설명했듯 기존의 EMR업체와 파이 경쟁을 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닌 만큼 의사들이 편하게 써주기만 하면 원가 수준에서 보급을 하겠다는 의지다.
궁극적으로 메디블록이 가야할 길은 환자 중심의 의료 생태계. 즉 PHR인 만큼 최소한의 사용자만 보장된다 해도 충분히 성공이라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미 복지부 등에서 마이헬스웨이 사업 등을 통해 PHR을 위한 기반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며 "메디블록이 닥터 팔레트를 내놓은 것은 선제적으로 데이터를 표준화하며 PHR 시대를 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의료 서비스는 환자가 앱을 통해 병원을 선택하고 직접 환부 사진이나 설명을 올리는 동시에 의사가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이러한 리얼월드데이터들이 클라우드로 실시간으로 수집돼 곧바로 활용되는 데이터 드리븐 메디슨(data-driven medicine) 시대가 열릴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EMR 또한 이러한 시대에 맞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UI와 UX를 개선해 가며 준비해야 한다"며 "닥터 팔레트가 바로 이러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