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은,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자는 원칙적으로 그 약국 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의약품을 약국 내에서 판매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의약품은 그 특성상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므로 약국에서 약사의 관리·지도하에 환자에게 의약품이 안전하게 투약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고, 보관 및 유통되는 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여 약화사고 발생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행 약사법령 하에서 약국에서 조제한 의약품을 인편(人便) 등을 통하여 배달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 관련 판례의 입장을 통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해당 사례는, 촉탁의가 요양원을 방문하여 진단하고 처방전을 발행하면, 요양원에서 팩스로 약국에 처방전을 발송했고, 약국은 처방전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한 후 약국직원이나 퀵서비스를 이용하여 요양원에 배달했던 사안이다.
이에 대하여, 해당 약국은 업무정지처분을 받았고, 해당 사건을 맡은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첫째, 약국이 요양원으로부터 처방전을 팩스로 받은 부분과 관련하여, 원칙적으로 약사는 약국 내에서 환자들을 대면하여 처방전을 받고 주문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약사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복약지도 등을 위하여 의약품의 주문과정도 약사가 약국 내에서 환자를 대면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둘째, 복약지도와 관련하여, 약사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약사는 필수적으로 약국 내에서 환자와 대면한 상태에서 복약지도를 하여야 한다고 보면서, 특히 마약류 약제들이 들어 있는 경우 더욱더 대면 복약지도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대면 복약지도 없이 복약지도서를 의약품과 함께 배달한 행위만으로는 약사법을 준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셋째, 의약품의 전달과 관련하여, 의약품의 변질·오염의 위험을 방지하고, 약화사고의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약사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의약품은 약사가 직접 전달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해당 의약품은 제형을 깨뜨려 산제로 조제된 것이었는데 유통과정에서 수분이나 열에 의해 변질·오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특히 해당 의약품은 마약류 약제들이 들어 있어서, 약사가 약국 내에서 환자를 대면한 상태에서 직접 전달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위 판결을 통해, 법원은 약사가 처방전을 받는 방법과 주문을 받는 방법, 나아가 의약품의 복약지도와 전달방법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였다.
현행법령의 명시적인 규정과 그 입법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법원의 판단이 일응 수긍된다. 그러나 요양원의 경우 입소해 있는 수급자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고, 보호자들이 수시로 의약품을 대리수령하기도 어려우며, 의식이 명료하지 않은 수급자들의 경우 위임장 작성의 의사표시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또한 만성질환자들의 경우 대부분 종전과 동일한 내용의 처방전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코로나(COVID-19) 현 상황에서 대면 조제와 직접 수령만을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입법자는 이와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깊이 고려하여 약사법 개정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