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10월부터 시행 예정인 만성 콩팥병 분석 심사가 실제로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에서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신장학회(이사장 양철우)는 13일 심평원 분석 심사 기준에 대해 이같이 지적하고 전면적인 지표와 기준 수정을 촉구했다.
신장학회는 학회 산하 보건의료정책위원회에서 심평원의 만성 콩팥병 분석 심사 대상 환자와 분석 지표 및 목표 설정을 검토한 결과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문제점이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분석 심사 결과에 대한 왜곡은 물론 의학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지표 설정으로 인해 일선 진료 현장에서 혼란을 불러올 수 있을 뿐더러 심사에 필요한 서류작업을 위한 인력과 시간의 낭비가 예상된다는 것.
분석 심사 대상인 만성콩팥병 3, 4, 5환자 심사를 위해서는 해당되는 상병 코드가 반드시 기입돼야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장학회는 "현실적으로 이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신장내과 이외 타 과에서 치료 중인 경우가 전체의 절반 이상"이라며 "이러한 경우 대부분 만성 콩팥병 상병 코드가 누락돼 분석 심사 결과에 신빙성이 떨어지고 오류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분석 지표 중 루프 이뇨제 처방은 환자 상태에 따라서 만성 콩팥병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는 약제이며 구형 흡착탄도 처방 기준이 제한되어 있는 약제로서 심사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신장학회의 비판이다.
실제로 구형 흡착탄은 현재 혈청 크레아티닌 2~5 mg/dl만 처방 가능한 약제. 결국 치료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제한된 약제의 처방률을 분석 지표로 정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인 셈이다.
특히 분석 지표 중 혈청 크레아티닌, 혈청 칼륨, 요 단백 결과값을 서류에 기재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으로 일선 의료기관의 업무가 심하게 과중돼 환자 진료보다는 불필요한 서류 작업에 치중해야 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고 학회는 강조했다.
학회 보건의료정책위윈회 김성남 위원장은 "분석 심사는 만성 콩팥병 환자의 조기 발견과 적정 수준의 전문 치료를 통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의 기준으로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가톨릭의대)도 "만성 콩팥병 분석심사는 말기 신부전으로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이에 충실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계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