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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명의 도용해 불법 처방 여전…건보재정 줄줄 샌다

발행날짜: 2021-10-14 10:58:24

강병원 의원, 유명무실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시급 촉구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증 등 신분 확인 의무화 개정안 발의

국회 복지위 국감에서 건강보험 명의를 도용해 의료용 마약 등을 불법 처방받는 행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유명무실한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12조에 대한 개선조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보 명의를 도용해 불법으로 진료, 처방받는 행위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6년간(2016~2021년) 건강보험 부정사용 종별 현황을 살펴보면 의원급 의료기관이 14만 329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병원급이 9167건으로 뒤를 이었다. 종합병원은 6721건, 상급종합병원은 4323건이었다. 총 건수는 26만8669건에 달했다.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정사용 금액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21억 5500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종합병원이 11억 79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강 의원은 법률과 제도의 허점을 틈타 건보재정이 줄줄 새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문제는 도용 적발 인원 중 징역·벌금 등으로 처벌받은 인원은 950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건보 측은 "도용한 개인 그리고 도용당한 개인의 합의로 끝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적발 인원에 비해 처벌이 적은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기간 타인의 건보 명의를 도용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경우도 상당했다. 도용 결정 건수가 8,011건에 달했고, 도용이 적발된 인원 역시 875명이었다. 이로 인한 건보 재정 누수도 1억 8천 1백만 원에 이르렀다.

실제로 건보 도용으로 인한 누수액의 환수율은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도용 결정금액 환수율은 2016년 57.1%, 2017년 55.7%, 2018년 54.8%, 2019년 54%, 2020년 72.4%, 2021년(8월까지) 58.9%으로 평균 환수율이 약 58%였다. 이는 평균 환수율이 91%에 달하는 건강보험증 양도·대여와는 대조적인 수치.

강 의원은 건보 명의도용 처방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국민건강보험법 제12조'를 꼽았다.

현행 건강보험법은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요양급여를 받으려면 건강보험증 혹은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문제는 가입자와 피부양자가 요양기관에 신분증을 제출할 의무는 두면서도 정작 요양기관이 이를 확인할 의무는 규정하지 않고 있어 유명무실한 요령조항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병원 의원은 "타인의 건보 명의를 도용해 진료와 처방을 받는 것은 건보의 재정 누수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면서 "자칫 국민의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건보 명의도용이 신고나 제보, 수사기관 접수 등에만 의지하고 있어 한계가 큰 상황"이라며 법을 개정, 요양기관이 가입자, 피부양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