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 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업을 해야 한다. 따라서 A병원의 개설자인 김철수 원장이 다른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물론 1인1개소의 원칙도 고려해야 한다.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병원 운영자들이 환자의 동의를 얻어 협진 시스템을 구축할 수는 있어도 A원장이 B병원에서, B원장이 A병원에서 교차 근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에 원장이 아닌 봉직의의 경우에는 이런 제약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의료법 제39조 제2항은 “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필요하면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환자에 대한 최적의 진료를 하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 지 아니한 전문성이 뛰어난 의료인을 초빙하여 진료하는 것도 허용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라면서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이 사실상 그 의료기관에서 의료업을 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그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반복하여 특정 시기에 내원하는 환자를 일률적으로 진료하도록 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39조 제2항에 의하여 허용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두8959 판결,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91262 판결 등 참조).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
이런 의료법 조문과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먼저 병원 개설자인 원장은 타 병원의 개설이나 운영에 관여해서는 안되고, 타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반면에 개설자가 아닌 봉직의인 경우에는 2개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며 보조적인 진료를 하는 것이 허용된다. 하지만 판례는 반복하여 특정 시기에 내원하는 환자를 일률적으로 진료하도록 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은, “의료법 제39조의 입법 취지와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의료법 제39조 제2항은의료기관의 장이 그 의료기관에 내원한 환자를 먼저 진료하여 그 환자의 진료를 위해 그 의료기관에 속하지 아니한 의료인의 진료가 필요한지를 먼저 판단한 다음,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 비로소 외부 의료인으로 하여금 그 환자를 진료하게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개별 환자에 대해 외부 의료인의 진료 필요성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괄적으로 특정 요일에 내원하는 환자 전부를 외부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하는 행위를 의료법 제39조 제2항에 의해 허용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라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많은 의료인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관행과는 다른 다소 모호한 기준이라 할 수 있겠다.
전주지방법원 2017노1766 의료법위반 사건
A안과 의원을 운영 중인 의사 A는 의사 B가 개설한 B안과 의원에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정기적 으로 방문하여 환자 58명의 안과 수술을 하는 방법으로 의료업을 하였다. 즉, 병원 개설자가 타 병원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한 케이스다.
이와 관련하여 1심은, 의사 A가 B로부터 아무런 경제적 대가를 받지 않고 일을 하였기 때문에 “의료업”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A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장이 타 병원에서 무료로 진료를 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의료법 제3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의료업’의 정의에 따르면 대가의 취득 여부가 의료업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업무의 계속, 반복성에 의하여 의료업에 해당 하는지 여부가 판단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A원장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또한 “의료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하는 경우라도 이는 일시적 또는 주기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보조적인 의료인의 지위에서 진료하도록 하는 것이고, 의료기관의 장이 다른 의료기관 개설 의료인으로 하여금 해당 의료기 관을 사실상 운영 내지 관리하게 한다거나 실질적으로 주도적인 위치에서 해당 의료기관의 진료행위를 하게 하는 것은 다른 의료기관 개설 의료인으로 하여금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게 하여 결국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제한을 가하고자 하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입법취지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라며 타 병원 개설자는 소위 알바를 뛸 수 없다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 하였다.
그리고 “의료인이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업을 영위하였는지는, 해당 의료행위로 인한 권리의무의 귀 속 관계뿐만 아니라 계속적․반복적으로 특정 시기에 내원하는 환자를 상대로 일률적으로 의료행위가 행해졌는지 여부, 해당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개설신고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의료기관에서 단순 지시․종속관계에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도적인 위치 에서 의료행위를 수행하는지 여부, 해당 의료기관에 근무의로 관할 관청에 의료기관 개설신고 또는 변경신고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그 밖에 해당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 를 하게 된 경위, 그 기간 및 행태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면서 A원장에 대해 벌금 1,000,000원을 선고하였다.
시사점
많은 의료인들은 “개설자인 원장은 안되지만, 봉직의는 자유롭게 타 병원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할 수 있다” 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이 검토한 판례와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많이 다르다. 최근에 네트워크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인이 특정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되지 않고, 여러 지점을 순회하며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이게 합법인지 불법인지 분명하지 않다.
위 사례의 A원장과 같이 처벌을 받게 될 경우, 단순히 벌금 100만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대3개월까지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네트워크 병원과 근로관계를 맺는 등 부득이 여러 병원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근무 방식을 선택함에 있어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