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불법 제조 이슈 계속되자 제약사들 '전전긍긍' 의원 중심 제약영업 현장선 대체 의약품 안내로 영업전
지난 상반기 제약‧바이오 업계를 강타한 의약품 불법 제조 이슈가 하반기에도 계속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불법 제조 감시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다 제조 위탁을 맡긴 제약사들의 경우 사실상 직접 수탁 업체의 허가 데이터 검증을 할 수도 없는 탓에 언제 문제가 될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불법 제조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해당 의약품의 처방이 정지된 것을 기회삼아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영업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회복 어려운 '판매 공백' 탓에 제약사들 초긴장
최근 식약처는 제일약품의 고혈압 치료제인 '텔미듀오' 3종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 중지와 회수 조치하고 품목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했다. 제일약품이 관련 품목 허가를 위해 제출한 자료 중 잔류용매 시험 자료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이유에서다.
마찬가지로 텔미듀오와 동일한 허가자료로 허가받은 14개사의 14개 제품 41종도 함께 품목허가 취소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제일약품에 위탁 제조를 맡긴 수탁 제약사의 제품들도 같은 자료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상반기부터 이어진 제약사 불법 제조 이슈가 이처럼 하반기에도 또 다시 이어지자 국내사들의 긴장감은 더욱 팽배해진 상황.
더구나 식약처는 불법 제조에 따른 행정처분이 가볍다고 보고 관련 약사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한편,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던 제약사 점검단도 상시 운영을 추진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텔미듀오와 함께 처분을 받게 된 한 위탁 제약사 관계자는 "수탁 제약사의 약품 허가 데이터를 위탁 제약사가 검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졸지에 식약처로부터 함께 제조‧판매 중지와 회수 조치를 당하게 되면서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하소연 했다.
또한 설령 식약처로 부터 판매 중지처분을 극복하고 병‧의원 처방을 재개한다고 하더라도 단 시간 내에 의사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은 점도 제약사들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종근당의 경우 지난 상반기 의약품 제조 위반에 따라 급여정지 됐던 리피로우와 프리그렐이 7월부터 다시 병‧의원 처방이 가능해졌지만 이전과 같은 매출액을 회복하기에는 힘겨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종근당 리피로우와 프리그렐 청구액은 각각 약 66억원과 15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정지 이전인 같은 해 1분기 청구액이 각각 약 134억원, 72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사 영업담당 임원은 "급여가 정지된 지 2개월 만에 판매 재개를 했지만 단 시간 내에 이전과 같은 처방액을 기록하기는 힘들다"며 "의사들의 품목 처방이 다시 바꾸기 위해서는 환자들에게 또 다시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시 말해 한번 신뢰를 잃게 되면 단 시간 내에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혹여나 제약사의 핵심 품목이 문제가 될 경우 타격이 엄청나다"며 "이 때문에 제약사들의 긴장감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급여 정지 빈자리 차지 위한 '영업 전쟁' 발발
이 가운데 또 다시 의약품 제조 위반으로 급여 정지되는 품목들이 나오자 이들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제약사들의 영업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정지 품목이 만성질환 치료제인 만큼 병원보다는 의원 중심으로의 영업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 것.
식약처 조치에 따라 한순간에 해당 약물 처방이 중단된다는 점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몇몇 제약사들은 최근 제일약품 텔미듀오를 중심으로 한 처방 중단 약물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주요 병‧의원에 직접 방문 혹은 공문을 통해 안내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가령 국내사 중 손 꼽힐만한 영업망을 갖춘 A제약사는 이번 무더기 급여 정지와 같은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급여 중지 품목과 자사의 대체 가능 품목 리스트를 만들어 의원들에게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트에는 급여 중지 품목과 자사 대체 품목에 더해 약가 비교 및 코딩법까지 비교해놓으며 처방 변경을 의원급 의료기관에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를 두고서 내과의사회 임원인 한 내과 원장은 "상반기부터 의약품 불법 제조 이슈가 계속되면서 급여 정지 품목이 발생할 때마다 같은 제네릭 품목을 보유한 경쟁 제약사들의 영업사원들이 대체 의약품을 안내하기 위해 분주하다"며 "식약처 발표 당일 즉시 안내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인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사 중심으로 대부분 제네릭 품목이기 때문에 영업사원들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당연한 현상"이라며 "사실 이 같은 영업사원들의 안내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처방 중지 의약품 대신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환자들의 본인부담 증가로 항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