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연 회장 "피할 수 없는 미래 현명하게 준비하는 자세 필요" "격오지·섬 환자 제한적으로 단골 1차 의료기관과 가능" 제안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등장한 '비대면 진료'. 한시적이라는 단서는 달렸지만 환자와 의사 사이 직접적인 원격진료의 포문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1차 의료기관 중심의 원격진료 허용에 대한 의료법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보다 진전된 의견을 내야 하는 시점이다.
충청남도의사회 박보연 회장(57, 경희의대)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원격진료의 기준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물론, 문진과 시진으로 제한된 원격의료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을 반영해 지난해 2월 24일부터 전화상담 및 처방, 즉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그리고 비대면 진료시에도 진찰료를 인정하고, 전화상담관리료 수가도 신설했다.
9월 기준, 전화상담은 1만2021곳의 요양기관이 참여했고 438억원의 비용을 청구했다. 이 중 의원급은 9218곳에 달했다. 전체 의원 10곳 중 약 3곳은 금액의 크기와 상관없이 비대면진료를 했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자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과 최혜영 의원은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특히 최혜영 의원은 아예 '비대면 진료'라는 용어를 법에 명시하고 구체적인 대상과 시행 주체를 담았다. 비대면 진료 대상은 대리처방자, 도서·벽지, 교정시설 수용자·군인 등으로 제한했다. 비대면 진료 주체도 의원급으로 한정하고 비대면 진료 전용 의료기관은 금지했다.
박보연 회장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차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개인적 경험을 살려 원격진료 추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충남에도 격오지나 섬지방에 거주하는 환자가 많은데 이들은 병의원에 한 번 방문하기가 매우 어렵다. 심지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더 그렇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원격진료는 정치권에서 이미 많은 진도가 나가 있는데 의료계 일부 리더는 원격의료에 대한 대비책 논의조차 금기시하고 있다"라며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피할 수 없는 미래를 현명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보다 구체적인 범위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격오지나 섬 지방 환자에 국한해 지역 단골 1차 의료기관과 원격진료는 고려해 볼 수 있겠다"라며 "다만 원격의료 장비 국가 보조, 예상치 못한 의료사고 발생 시 국가에서 지원하는 법 제정, 환자가 원해서 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시 의무기록 전자적 전송과 함께 환자 부담의 의뢰료 부과 등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 쇼핑으로 인한 재정 낭비, 거대 자본에 의한 의료 영리화를 방지하면서 IT 기술 발전에 힘입은 원격의료의 진정한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정치권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는 사안을 의료계에서 선제적으로 논의해 답을 내놔야 한다며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를 강조했다.
박보연 회장은 "국민 지지 없이 우리끼리만 외치는 구호는 우물 안 개구리의 외침이 될 수 있고 거대 정부 여당과 싸워서 이기진 못해도 지지 않는 싸움을 해야 한다"라며 "백전불태란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즉 지지 않는 싸움을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어느 직역이든 회장은 많은 회원의 든든한 지지와 재정적 여유를 바탕으로 투쟁 상대에게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라며 "의사 집단의 정치력 약화는 남 탓이 아니고 의협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다. 의사 정치력은 회비 납부율에 나온다. 완전한 회비 납부로 의협 집행부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