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바이오관련 컨퍼런스나 심포지엄을 취재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분산형 임상시험이다.
DCT(Decentralized Clinical Trial)라고 불리는 임상방식은 과거 원격임상, 비대면 임상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이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으로 임상중단과 연기의 위기상황에서 많은 제약사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DTC를 대안으로 선택하면서 그 가치가 더 각광받는 모습이다.
기술의 발전을 직접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일견 당연해보이기도 하다. 00워치라고 불리는 스마츠워치가 심박수나 혈압 측정을 넘어 인바디, 혈당측정 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임상시험 역시 의료기관 문턱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해외의 상황과 국내의 상황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DCT를 시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웨어러블기기를 통한 정보 수집이나 약 배달 등이 법적인 문제의 장벽에 부딪혀있다.
유럽,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이 코로나 상황을 겪으며 즉각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국내의 DCT 적용은 가야할 길이 먼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요청으로 지난 6월 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매우 기본적인 단계의 논의와 함의를 이뤄가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국내 규제기관의 입장도 이해는 할 수 있다. 규제기관에게는 규제를 만들고 지키게 하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도 필수적. 결국 규제기관이 무작정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
다만, 아직 코로나 펜데믹의 지속 여부는 예상하기 어렵고 정부차원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의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DCT에 대한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에서의 뒤쳐짐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자칫 규제기관의 책임만을 강조하다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과 동떨어진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과 환경이 안돼서 못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화이자제약의 의학부 총괄은 한 심포지엄에서 "글로벌 차원의 DCT를 시행하려해도 한국은 적용이 어려워 참여 시도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경우 원격의료도 몇 년째 공회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DCT를 풀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협의체를 통한 논의는 중요하다. 하지만 반대로 결과물이 없는 논의도 큰 문제다. DCT라는 변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이를 위한 과감한 결정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