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1년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눈 깜짝할 새 지나간 듯한 느낌이다. 유독 지난 2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갑자기 도래한 코로나 팬데믹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한순간에 바꾸어 놓았다.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었고, 사람들을 마음대로 만나지 못하게 되었으며, 여행은 꿈꿀 수도 없게 되었다. '1년 뒤에는 끝나있겠지'라고 생각하던 많은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코로나19는 2년째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나에게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 온라인 강의다. 매일 아침 서둘러 머리를 감고 지각 할까봐 학교로 뛰어가던 나는 수업 시작 5분 전에 일어나 대충 세수를 하고는 컴퓨터를 켜 수업에 접속한다. 우리 학교는 실시간으로 강의를 진행하기에 정해진 수업 시간에 접속해야만 출석이 인정된다. 출석한 뒤에는 교수님의 연설 같은 일방통행 수업이 시작된다.
수업 시작 전에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은 모두 같다. "온라인 강의를 하면 컴퓨터에 대고 혼자 떠드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을 직접 보고 수업을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라고. 캠을 켜면 서로의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아주 작은 창으로 보이는 까닭에, 표정이나 제스처의 교환은 힘들다. 교수님이 혼자 떠드는 것 같다고 하시는 것이 이해가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캠을 켜지 않는 한 우리의 모습은 교수님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는 수업 시간에 졸거나, 딴짓을 한 적이 많다. 대면 강의에서는 교수님이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기에 수업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지만, 지켜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내 방에서 수업을 듣다보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비대면 강의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업을 쉽게 녹화하여 수업 시간에 놓쳤던 부분이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돌려 보며 더 자세히 공부할 수도 있고, 공간의 제약이 없어 내가 원하는 공간에서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강의실에서 교수님과 상호작용하고, 동기들과 수업 내용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던 대면 강의를 생각해보면, 온라인에서만 만나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최근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종식되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며 코로나와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도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계획임을 밝혔다. 단계적인 일상 회복을 목표로 서서히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여러 대학의 비대면 강의도 점차 대면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으로 완벽히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어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강의실 좌석을 띄워 앉아야 할 수도 있고, 확진자가 나오면 일시적으로 다시 비대면 강의로 전환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온라인 수업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1년 반이 넘도록 비대면 강의를 한 탓에 온라인 수업에 더 익숙해져 있다. 아침 일찍 등교하고 동기들, 교수님과 함께 한 강의실에서 수업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하루빨리 적응하여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기를 바래본다. 다시 강의실로 돌아가기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