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 만난 모 대학병원 교수로부터 국민들이 너무 착하다는 말을 들었다. 해당 교수는 최근 학술대회 참석을 위해 미국에 갔다가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로 돌아간 현지인들을 보고 생소한 느낌까지 받았다고 했다.
미국에서 아무런 제약없이 꿈에 그리던 야구 경기까지 직관하고 나서야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았다고 했다. 한국에서만 코로나 위기 상황에 국민들이 묵묵히 감내하고 있을 뿐 정작 방역 계획 수립 및 시행의 주체가 돼야할 정부는 임기임변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됐지만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않다. 마스크는 필수이며 지속되는 부작용 발생 사례에도 국민 대부분은 백신 접종에 우호적인 편이다.
국민들은 고통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는 반면 문제는 여전히 정부의 대응에 있다. 이미 두 세 달 전부터 해외의 위드코로나 실험이 언급되며 여러 전문가들이 국내에서의 위드코로나 도입 이후의 폭증할 환자 및 그에 대한 대책을 주문한 바 있다.
우려는 현실화됐다. 일일 확진자 수 3000명대, 위중증 환자는 500명대, 사망 30명대로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정부가 꺼낸 뾰족한 대책은 없다.
18일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코로나 비감염 중환자의 진료 공백 최소화 방안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정된 병상에서 코로나 환자용 병상 비율을 늘리면서 비감염 중환자의 병상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는 것. 암, 심장, 뇌수술 환자 및 응급 중환자의 진료 공백이 우려돼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환자 급증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병상 수, 인력 확보에 수수방관해왔다는 점은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한정된 병상을 코로나 중환자용으로 전용하는 임기응변만 있을 뿐 정작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 위한 의료인력 및 설비기준 대책 마련, 중환자 이송시스템 구축, 재난상황에서 중환자실 입실 우선순위 반영같은 해법 마련엔 눈을 감았다. 특히 비슷한 일들이 지난 1년 반 동안 반복돼 왔다는 점은 당국이 문제 해결에 의지가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이미 답안지를 내 주고 시험을 보게 했지만 정작 채점 결과는 낙제점이라는 뜻. 가장 우려하는 점은 환자 수 증가를 핑계로 은근슬쩍 위드코로나 철회 및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회귀 카드를 재차 꺼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백신 수급에 뒤쳐졌을 때도 국민들은 참았다. 기나긴 사회적 거리두기도 참았다. 자영업자들에게 요구한 일방적인 희생 강요도 묵묵히 참았다. 일방적인 백신 부작용 인과관계 평가도 참았다. 만일 정부가 '너무 착한' 국민을 믿고 수수방관하는 것이라면 국민들의 참을성에도 임계점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임계점이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