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사이 임상 현장에서는 치매 치료제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하나는 국내에서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논란이고 다른 하나는 20여년 만에 나온 치매치료 신약인 아두카누맙이 주인공이다.
논란의 중심은 해당 약물들이 가진 유효성이 충분하느냐는 것이다. 해결 방식도 유사하다. 한국과 미국의 규제기관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임상 재평가’를 통해 유효성을 검증에 나선 상황이다.
그렇다면 임상현장에선 이 같은 논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3일 하상욱 부산 온종합병원 신경과장은 콜린알포 논란에 대해 "임상적으로 초기 치매에서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임상 재평가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두카누맙에 대해선 "아직 검증이 충분치 않아 기다려봐야 하지만, 실제 임상적으로 효과가 검증될 경우 치매치료 전략 자체가 크게 바뀔 것이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임상재평가 논란이지만 환자 만족도 높다"
지난 2년 간 콜린알포 제제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약물 가진 유효성이다. 약물이 개발된 이탈리아에선 의약품으로 인정되는 반면 다른 나라에선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그간 약효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콜린알포 제제의 안전성·유효성을 자체적으로 재평가하라는 ‘임상 재평가’ 지시를 내렸다. 이로 인해 대웅바이오와 종근당 등 57개사가 임상 재평가에 착수했다.
거의 동시에 보건복지부는 콜린알포 제제의 급여를 축소했다. 지난해 8월부터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콜린알포 제제를 사용할 경우 약가 부담률이 30%에서 80%로 올라갔다. 제약사들은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
하상욱 과장은 "초기 치매 혹은 치매 약물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 인지 기능을 개선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며 "임상적으로도 다른 약물에서 콜린알포로 교체했을 때 인지 기능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개인적 견해를 내놨다.
특히 하 과장은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던 약물이다. 다른 약물로 처방을 변경하더라도 다시 콜린알포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병원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꾸준히 처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콜린알포를 대체할 약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하 과장은 "콜린알포를 빼면 사실상 환자에게 줄 약물이 없다"며 "특히 혈관성 치매의 경우 도네페질이 급여가 안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쓸 약이 콜린알포 정도인데, 이 약물을 쓰지 못하게 하면 환자나 의사 입장에선 상당히 난감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숨은 인지 기능 장애 환자를 얼마나 발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더 많은 인지 기능장애 환자가 임상에 참여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치매 치료제 등장, 유효성 증명 시 게임체인저"
아울러 하 과장은 최근 미국에서 승인된 새로운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내리면서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6월 미 식품의약국(FDA)은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을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승인했다. 2003년 엘러간 나멘다 이후 약 20여년만이다.
다만, 문제는 유효성 논란이 있다는 것. 바이오젠이 진행한 두 건의 임상 3상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이런 이유로 FDA 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비승인 권고를 내렸다.
FDA는 자문위원회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유효성 논란을 감안해 ‘임상 후 재평가’라는 조건을 달았다. 바이오젠은 시판 후 임상을 통해 아두카누맙을 재평가해야 한다.
하 과장은 "이때까지의 치료제는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해 질병 진행을 막는 기전이었다. 반면, 아두카누맙은 질병 자체의 진행을 막는 기전"이라며 "치매의 진행을 실제로 막느냐에 대한 검증이 완벽히 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두카누맙의 성공 여부는 치매 치료의 방향 자체를 크게 바꿀 것이다. 만약 유효성이 있다고 검증될 경우 치매는 정복 가능한 질환으로 한 발 다가갈 것"이라며 "반대로 임상이 실패할 경우 도네페맙 등 같은 기전의 후속 약물들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