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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광받는 디지털약 지나친 낙관 경계...근거 창출 필수

발행날짜: 2021-12-09 05:45:57

식약처, 연구개발자-학회와 지원 방안 포럼 개최
신속승인 및 약물 병용 시 보험 인정 범위 등 선결해야

약물과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도 부작용 및 개발 비용·시간을 줄인 디지털치료제가 3세대 치료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과도한 낙관론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약물을 대체할만한 강력한 효과와 근거가 확립되지 않아 약물과의 병용 시 보험 적용 및 인정 범위에 대한 이견이 남아있고, 상용화된 치료제의 실사용도 기대 이하라는 점에서 아직은 선결 과제가 산재해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식약처는 서울 코트야드 메리어트에서 디지털의료기기 연구개발자, 학회 관계자들과 함께 디지털치료기기의 향후 지원·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디지털치료기기 신속제품화 지원 및 발전방안 포럼'을 진행했다.

디지털치료제는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중재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뜻한다.

함병주 신경정신의학회 학술이사
법제상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이지만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의약품과 유사한 질병 치료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1~2세대 치료제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되는 추세다.

실제로 근거 기반 치료적 중재를 위해 기존 의약품처럼 임상시험 실시, 치료효과 검증, 규제당국 허가, 의사 처방, 보험 적용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미국 FDA가 2017년 첫 약물중독 디지털치료제를 허가한 이래 국내에서도 2019년부터 인지치료, 시각훈련, 호흡재활, 재활의학진료용 소프트웨어 등 8개의 디지털치료기기 임상시험이 승인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

이날 포럼은 ▲디지털치료기기 제품화 지원 사례와 성과 ▲안전성·성능 평가 방법 ▲임상 유효성 평가 방법 ▲임상 활용과 발전방안 등을 담고 있다.

함병주 신경정신의학회 학술이사(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신경정신분야에서의 디지털치료기기 활용 및 제언' 발표를 통해 활성화를 위한 선결 과제를 제시했다.

함 이사는 "기존의 약물 중심 치료제 개발은 개발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독성, 부작용의 위험성이 있었다"며 "또 연속적인 리얼월드데이터의 수집이 불가능하고 복약관리가 평균 50%선에 그쳐 한계가 분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소프트웨어 방식 치료제는 독성, 부작용이 거의 없고 개발시간과 비용이 코딩에 의존하기 때문에 크게 단축돼 최근 각광받고 있다"며 "연속적인 리얼월드데이터의 수집 및 모니터링, 실시간 연속 복약관리가 가능해 의사는 모니터링에 기반해 최적의 치료법 제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치료제는 단순히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환자들의 행동중재치료, 인지행동치료, 환자의 자기 관리·증상 관리를 통해 효과를 나타낸다"며 "약물중독 치료 목적의 첫 FDA 허가 디지털치료제의 12주 임상 결과를 보면 외래환자가 기존 치료에 이를 추가했을 때 금욕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조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 프로그램 역시 미국 보험 청구데이터 기준 실제 환자 입원 및 응급실 이용률이 60% 감소하고 불면증 및 ADHD 치료 프로그램도 임상에서 효과를 증명하는 등 치료제만큼의 임상적 유용성이 증명되고 있다는 것.

함 교수는 "지금은 초기라는 점에서 기대감과 함께 디지털 치료제에 관련된 이슈들도 고개를 들고 있다"며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디지털치료제의 효과를 분명하게 증명할 임상시험에서의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치료제가 가진 새로운 메커니즘이나 기전 등 근거 제시를 통해 기존 치료방법과 다른 효용성을 증명해야 한다"며 "기존 치료방법에서는 없는 효과나 약제를 보완할 수 있는 근거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다가 아직까지는 장기 연구가 없기 때문에 장기 효과 연구가 필수적"이라며 "FDA의 첫 승인 치료기기 회사는 기대감으로 많은 투자를 받았지만 현재 고작 2만명 정도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우려했다.

기대감으로 투자금이나 개발 열기가 고조되고는 있지만 상용화된 디지털치료제의 실제 처방 및 활용도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임상적 효용이 증명된 치료제에 대한 적극적인 보험 적용 등 타개책이 필요하는 게 그의 판단.

함 이사는 "아무리 좋은 디지털치료제가 개발돼도 의사의 처방으로 이어지는지, 의사 처방 이후 실제 환자가 사용하는지는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적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의 디지털치료제 상용호는 임상 등 약물과 비슷한 틀을 가지고 있지만 약물과 다른 특성을 고려해 신속한 승인 절차도 필요하다"며 "환자와 업체가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는 건강보험 적용 문제도 풀어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발회사도 적극적으로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운영비가 나와야 한다"며 "임상 적용에 있어 환자 건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의 수가 개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신재용 연세대 예방이학교실 교수는 "아무리 좋은 모델도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그 예로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 기업들이 많은 피해를 받은 바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다만 식약처와 네카, 심평원도 전향적으로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도와주려고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개발단계부터 협업을 해서 중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 계획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불면증 개선 디지털치료기기 임상시험설계'를 발표한 이은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약물과의 병행 시 보험 인정 범위에 대한 정책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불면증의 경우 미국이든 유럽이든 치료 가이드라인이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를 하는 것이 치료의 1차 선택지라는 점이 나타나 있다"며 "즉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를 해도 낫지 않거나 인지행동 치료가 불가능한 집단에는 약물치료를 계속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치료기기로 중독치료를 할 때 금단현상이 있을 수 있는데 금단현상 치료에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며 "아직까지 약물 대체제에 준하는 강력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약물 병행 시 혹은 디지털치료기기를 통한 행동습관 교정 노력 등이 보험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