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정부 대응 현장과 괴리 크다"…시스템 개선 촉구 응급실에서 300시간 넘도록 머물다 격리해제 후 퇴원하기도
"일선 의료진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치료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시스템도 가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환자와 중증환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한 일선 의료현장의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젊은의사들이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9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코로나19 현장 상황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확진 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고, 급기야 사망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폭로했다.
여한솔 회장은 "코로나 환자가 폭증해 응급실에서 100시간이 넘는 것은 기본, 300시간이 넘도록 응급실에서 머물다가 격리해제 후 퇴원한 환자도 있다"라고 운을 뗐다.
실제 대전협이 제시한 현장의 이야기를 보면, 음압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격리구역에는 코로나 감염 진단을 받았음에도 전담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있어 119 구급대를 통해 새롭게 들어오는 중증 환자들을 수용하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넘기고 있다.
경증으로 보건소를 통해 재택격리 통보를 받은 후 격리해제 문자까지 받은 당일,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도착, 3분만에 인공호흡기를 부착하는 환자도 있었다.
경기도 한 병원에서는 격리실 컨택을 40번이나 한 환자를 구급대를 통해서 받기도 했다. 이 병원이 41번째 접촉 병원이었던 셈.
박한나 수련이사는 "응급실로 들어오는 신경계 환자 중 10명에 한 두명 이상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재택치료 하다가 온 경우가 많다"라며 "자가격리 상태에서 호흡부전을 호소해 119에 신고됐지만 이송이 어려워서 이송이 지연되다가 심정지 되는 것도 굉장히 많다"고 현실을 이야기했다.
서연주 수련이사도 "전공의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중환자를 어떻게 케어해야 할지 하루하루가 고역"이라며 "중환자 중 어떤 환자를 포기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밤새 근무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체계와 시스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의료진 번아웃도 심각 "중환자 관리 능력 갖춘 인력 태부족"
의료진 번아웃 문제도 심상치 않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인턴 인력까지도 코로나 주치의로 배정되는 경우가 있고, 공공병원에서는 전문의를 입원전담전문의로 고용해 코로나 환자 전담인력으로 활용하기도 하는 상황.
서 이사는 "비효율적 시스템 하에서 의료진 피로도 누적이 심화되고 있다"라며 "현장은 중환자 관리 능력을 갖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의료진은 24시간 온콜 대기 중이다. 이들이 누적되는 피로를 견디면서 일하다 보니까 사직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단 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간호사도 환자 케어나 방역체계 등에 대한 회의, 피로 누적 등으로 사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한나 이사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일부도 공개했다.
박 이사는 "병상이 있다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게 아니라 가동할 수 있는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인력은 기존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라며 "코로나 환자가 아닌 기존 환자, 일반환자 진료 인력이 코로나 인력으로 차출되고 있다. 코로나 환자를 보다 보면 다른 환자 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결국엔 모든 환자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병상과 인력 부족 문제는 고질적인 상황. 젊은의사들은 현장과 괴리가 없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한솔 회장은 "트래픽잼을 빨리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며 "병원에 베드가 있음에도 중앙을 통해서 관리해야 한다며 입원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병상이 있음에도 이송 차량이 없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앙에서 무조건 관리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트래픽 잼이 전혀 해결 안되는 상황에서 또다른 신환이 떠돌고 있는 형국을 만들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연주 이사 역시 "관할부처와 현장의 괴리가 크다는 게 문제"라며 "실무자와 소방청, 중수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현장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체계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또 "복지부에서 의료기관들 코로나 병상을 확보한 손실보상을 해주고 있다고 하지만 365일 24시간 콜 받으면서 일하는 실제 인력 한명 한명에게 전달 받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것 자체에 불만은 없지만 이런 노고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크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