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상급병원, 코로나 중증병상 전담 의사·간호사 업무가중 고조 중소병원 간호사 이탈 불안 확산…병원장들 "힘들지만 일단 버티자"
[위드 코로나, 의료체계 이대로 괜찮나-속편]
위드 코로나로 전환 이후 코로나19 중증환자 급증세로 의료체계가 최대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방역당국이 행정명령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의료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짚어봤다. [편집자주]
①구멍 뚫린 병상 배정 시스템 ②중증병상 확대에 휘청거리는 상급종합병원
코로나19 중환자 급증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 중증병상 가동률은 사실상 포화 상태이고, 전담 의사와 간호사의 노동 강도가 한계치를 넘어서면서 병원들의 의료인력 짜내기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례 1] A 상급종합병원은 코로나 중환자실 추가 행정명령 이행을 위해 간호부서와 간호간병통합병동의 경력 간호사를 자원 형식으로 투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중환자실 노동 강도와 업무 형평성을 호소하는 간호사들의 민원과 자원자 부족으로 결국 경력직 50여명 채용으로 전환했다.
[사례 2] B 상급종합병원은 행정명령에 따른 코로나 중증병상 공사를 간호·간병통합병동에 집중했다. 통합병동 근무 간호사 중 중환자실 경력 간호사들 투입을 검토 중이나 간호사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중증병상 투입 후 부족하면 경력 간호사 채용 검토로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실정이다.
위 사례에 있는 병원 상황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모두의 현실이다.
12월 2일 기준, 중환자 전담치료병상 총 1157병상 중 전국 가동률은 79.2%로 241병상이 남아 있다. 수도권의 경우, 병상 가동률 88.1%로 남아 있는 병상 수는 85병상에 불과하다.
비수도권의 경우, 중환자 전담치료병상 가동률이 64.8%로 수도권 병상 가동률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형국이다.
■상급병원 연일 대책회의…이번 주 추가 병상 가동 업무강도 ’심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들은 연일 대책회의를 열고 코로나 중증환자 의료인력 짜내기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코로나 중증병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른 음압병실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 추가된 중증병상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병원별 공사 상황이 달라 단정하기 어렵지만 이번 주 중 최소 70~100병상이 추가될 것으로 예측되나 중환자 증가세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다.
중증 병상이 늘어나면 의료인력 노동 강도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길병원 엄중식 기획조정실장은 "중증병상이 늘어난 만큼 의료인력이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간호부서와 간호간병통합 병동 중환자실 경험이 있는 간호사들 설득도 쉽지 않다"면서 "별도 수당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병원의 상황을 살피면서 형평성을 맞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응진 병원장은 "간호사 인력을 빼내기는 데 한계가 있어 경력직 간호사 채용으로 전환했다"며 "병원 자체 예산을 긴급 투입했다. 복지부 중수본에서 채용한 간호직 인건비를 한시적이라도 보상해 주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신 병원장은 "코로나 중환자 전담 의사 부족 사태가 고민이다.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중환자의학과 전문의를 구할 수 없다. 현재 감염 관련 소아청소년과 등 타과 교수와 전임의 투입을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병원들은 상급종합병원의 경력 간호사 채용을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소병원, 상급병원 간호사 채용 소식에 불안 “간호인력난 가중”
상급종합병원들의 간호사 채용은 곧 중소병원 간호사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병원들의 간호인력 부족 사태를 가속화 시킬 것이 자명하다는 지적이다.
메디칼타임즈가 국회에서 입수한 ‘입원환자 간호관리료 차등제'(간호등급제) 현황에 따르면,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미신고한 7등급이 병원 전체의 40%를 넘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병원 1430개소 중 622개소가 7등급(43.5%)이며, 2분기는 병원 1384개소 중 580개소(41.9%)가 7등급을 받았다.
수도권 전문병원 병원장은 "경력직 간호사 채용을 검토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움직임이 중소병원에 큰 파장으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자녀들의 대학 학자금까지 지원하는 대형병원의 복지 혜택으로 간호사들이 흔들리고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간호사 인력이 나가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종합병원 이사장은 "간호간병통합 병동 운영 등 간호사 인력을 간신히 맞췄는데 상급종합병원 채용 소식을 듣고 막막했다"면서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 중소병원까지 간호사 이탈 연쇄 반응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충청권 상급병원 중환자실 포화 "내과 분과전문의 병동 투입"
지방 상급종합병원도 위험수준에 다다른 상황이다.
충청권 상급종합병원 보직 교수는 "코로나 중환자병상은 이미 찼고, 준중증 병상만 3~4개 남아 있다. 지역에서 발생한 중환자는 경북 지역으로 내려 보내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전담 의사와 간호사는 이미 번 아웃 상태이다. 내과 분과전문의 구분 없이 코로나 병동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계는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사적 모임 제안 조치와 무관하게 코로나 중환자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려대 안산병원 김운영 병원장은 "코로나 중증병상에 투입되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감안해 일단 버티고 보자고 설득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중증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의료진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