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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vs J-방역,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가?

강윤희 위원
발행날짜: 2021-12-13 05:45:50

강윤희 전 식약처 심사위원

이런 말이 있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짜 승자다" 코로나가 발생한지 어언 2년이 된 작금에 한국과 일본 중 누가 웃고 있는가? 물론 일본이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여전히 변동성이 남아 있기도 하다. 다만 한국과 일본 국민 모두 큰 고통을 겪었는데 같은 시점에서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 방역에 있어서 한국이 선택한 전략은 진단시약의 조기 개발에 힘입은 3T(Testing-Tracing-Treatment) 전략이었다. 많은 선제적 검사로 무증상 확진자들까지 잡아내서 역학조사 기반 밀접접촉자들을 모두 격리하고, 각 도에 한두개 있는 거점 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것이었다. 두더지 게임으로 치면 튀어나오든, 튀어나오지 않든 일단 전부 뿅망치로 쳐서 모든 두더지를 없애겠다는 정책이었다.

반면 일본은 유증상자 중심의 방역 정책을 구사했다. 임상적으로 유의한 증상이 있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무료로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고(물론 본인이 원하면 검사는 가능하나 유료), 동거인 정도를 함께 검사하고, 필요한 경우 인근 지정의료기관(우리나라로 따지면 동네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두더지 게임으로 치면 튀어나오는 애들만 잡고, 조용한 애들은 그냥 두는 전략이었다.

초기에는 당연히 모든 두더지들을 잡아내는 한국이 앞서나갔다. 신천지 집단감염의 위기를 기적적으로 극복한 한국은 모든 두더지들을 잡을 수 있다고 의기양양했다. 해외입국자들이 들어와도 다 잡을 수 있다고, 입국자 격리는 불필요하다고 했다. 그 결과 해외입국자로부터 시작된 이태원클럽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이후 역학적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감염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즉, 코로나 감염이 지역사회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방역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교회문을 닫게 하고, 클럽에서 발생하면 클럽문을 닫게 했다. '앞으로 2주가 고비'를 외치며, 같은 정책을 계속 밀어부쳤다. 그 결과 2020년 7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항체 양성율은 0.03% 였다. 반면 유증상자 중심의 방역 정책을 구사한 일본의 경우,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20년 8월 동경의 일반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항체 검사의 양성율은 46.8% 였다. 이 데이터는 한국은 조용한 감염을 거의 겪지 않아 자연면역을 획득한 자가 거의 없고, 일본은 상당수가 자연면역을 획득했음을 의미한다. 알다시피 백신에 의한 면역은 3~4개월 유효하고, 자연면역은 1년 이상 유효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정부는 "접종율 80%, 11월 집단면역"을 외치며, 백신접종율을 올리는데 올인했다. 필자는 주식 거래를 하지 않지만, 주식 거래의 대원칙 중 하나가 한 종목에 몰빵하지 않는 거라고 한다. 그런데 이 원칙은 사실 대부분의 정책에도 통한다. 현재 코로나 방역에 비교적 성공적인 국가들 중 어느 한 나라도 한가지 방역정책에 몰빵한 국가는 없다. 결국 국가의 백신정책에 따라 충분한 정보 없이 백신을 접종하고 중증의 부작용을 겪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게 됐고, 질병관리청의 인과관계 없음 통지서를 받은 이들은 호소할 곳이 없어 국민청원을 올리고, 이 내용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정책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반면 백신접종율이 채 15%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일본은 훌륭하게 올림픽을 치뤄냈고, 덕분에 우리는 김연경 선수의 마지막 올림픽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솔직히 필자는 그 때 느꼈다. '일본이 우리보다 한 수 위구나'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3T 전략, 백신전략으로는 올림픽은 커녕 송년회도 못할 지경이니 말이다.

그래서 정부의 목표대로 올해 11월 우리나라는 집단면역을 달성했는가? 그런데 수조를 투자하고,수천명의 중증의 피해자들을 양산한 정책이 실패했는데도 불구하고, 사과하는 사람은 없고, 왜 정부는 계속해서 청소년 백신접종, 백신패스 등 백신 관련 정책만 밀어부치는가? 필자의 이전 칼럼에서 식약처의 망나니 칼춤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회사들 다 망한다고 했는데, 정부의 백신 칼춤에 국민들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물론 필자는 백신 무용론자는 전혀 아니다, 필요한 곳에 써야 할 뿐).

그럼 우리나라와 일본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What makes the difference? 이는 두 나라에서 방역정책을 결정하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부라는 행정조직이 결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부에 전문가가 거의 없다. 식약처에서 일해보니 확실히 알겠더라. 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조직에 의약품안전 전문가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사실 한 사람의 전문가가 있으면, 그 전문가가 다른 전문가를 키우고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식약처에는 그 한 사람의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의약품 안전에서 단 한 걸음도 더 나갈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식약처의 코로나 백신 안전성 관리도 전무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방역 초기에는 그나마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중앙임상위원회라는 전문가 그룹이 있었다. 중앙임상위원회가 1~2개월마다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해서 브리핑을 해줄 때 국민들은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작년 6월경 중앙임상위원회가 코로나가 지역사회 감염으로 퍼지는 시점에서 코로나의 종식은 불가능하고 코로나와 함께 공존하는 방역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갑자기 예정됐던 중앙임상위원회의 설명회가 취소되고 그 뒤로 중앙임상위원회의 소리가 사라졌다. 이 중앙임상위원회는 국내 백신접종을 시작하기 전 진작에 백신으로는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없으며, 백신은 고위험군에게만 유효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즉 우리나라의 방역 정책은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진행됐다. 정부 브리핑에서 전문가 그룹의 의견은 사라지고, 소위 일개 전문가라 불리는 몇 명의 의사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예전에 어떤 배우가 출연한 광고가 많아서 000의 하루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 소수의 개인 전문가들이 그러하다. 아침에는 이 방송에 나오고, 저녁에는 저 방송에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그렇게 일개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에 아무 생각없이 따르는 그런 국민들이 아니다. 누가 전문가인지를 분별하는 국민들이고, 스스로 전문가가 되는 국민들이다. 결국 이제는 정부의 어떤 정책도 먹히지 않고 있다. 방역이 정치로 변질된 한국은 정부의 정책에 어떤 전문가 그룹의 뒷받침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의 방역정책은 누가 결정했을까? 물론 이 점에 대해서 다루어진 것은 없으나, 필자가 확신하건데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결정했을 것이다. 즉, 일본은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방역 정책을 주도했고, 정치가 여기에 개입하지 않았다. 필자가 이를 추정할 수 있는 이유는 일본은 보건의료시스템의 정책을 결정할 때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정책을 펼쳐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식약처는 어떤 약물의 허가에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결정적으로 반영한다.

일례로 안구건조증의 치료제로서 cyclosporine 제제가 미국, 유럽은 허가가 됐지만, 일본은 일본안과학회의 반대로 허가되지 않았다. 당연히 우리나라는 허가가 됐고, 우리나라 식약처는 약물의 허가시 일반적으로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을 아예 묻지도 않는다. 일본의 식약처는 늘상의 기능대로 코로나 백신의 안전성을 모니터링했고, 자체 데이터에 기반해서 10월14일 모더나 백신을 30세 미만에는 접종하지 않는 조치를 취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11월17일에야 비로소 모더나 연령 제한을 했는데, 당연히 우리나라는 능동감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체 데이터 기반한 조치도 아니었고, 다른 나라들이 그렇게 하니까 마지못해 따라하는 조치였다.

한국과 일본의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리더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필자가 오래 전 싫은 리더의 유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본 적 있는데, 1등이 무능한 리더, 2등이 성격파탄 리더였다.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무시한채 스스로도 진빠지고, 국민도 진빠지고, 결과도 참패인 방역 정책을 진행해 온 우리나라 정부는 성격파탄 리더일까? 무능한 리더일까? 정부는 지금이라도 중앙임상위원회를 다시 소환해서 전문가 주도의 방역 정책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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