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의 절반 가량이 여학생으로 채워지는 등 의료계에 여의사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의 성차별은 여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여성 전문의 절반 이상이 성차별을 경험했으며 주요 보직 등에서 제외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별은 남성 전문의들도 동의하고 있었지만 그 인식의 정도는 달랐다.
13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국내 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차별과 성평등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가 게재됐다(doi.org/10.3346/jkms.2021.36.e323).
실제로 국내 의료계에는 10여년전부터 여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 의사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20년을 기준으로 의과대학 졸업생의 38.7%가 여성일 만큼 눈에 띄게 여의사의 비중이 늘고 있는 것. 불과 10여전전까지 한자리수에 불과했던 전체 의사 대비 여성 의사의 비중도 2018년을 기준으로 22.8%까지 큰 폭으로 증가한 상태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여성 의사에 대한 차별은 여전한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연구(Med Educ Online 2015;20(1):25923)에서 여전히 여성 의사들이 남성 의사들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이러한 차별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또한 실제로 의사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중앙대병원 외과 이승은 교수팀이 이끄는 연구진이 가장 여성 비중이 적은 대한외과학회 소속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성차별과 성평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여성 전문의 수가 적은 만큼 그 차별의 강도도 셀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성차별 경험에 대한 문항 16개와 성차별 인식에 대한 문항 17개로 이뤄진 심층 설문 조사 항목을 통해 432명의 외과 전문의의 응답을 받았다.
그 결과 모든 항목에서 여성 전문의들은 남성 전문의에 비해 성차별 경험을 겪었다는 응답을 내놨다(P<0.001).
가장 많은 경험은 역시 환자나 간병인으로부터의 성차별로 무려 80%의 여성 전문의들이 여성이라는 이유 만으로 차별을 당하거나 예의없는 태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63.6%의 여성 전문의는 성별때문에 자신의 의학 실력 등의 평가에 차별을 겪었다고 답했고 55.5%는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진으로부터 성차별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절반에 달하는 50%의 여성 전문의는 성별때문에 비공식적인 사교 모임이나 네트워크 등에서 따돌림을 당했다는 답변도 내놨다.
외과 의사로의 경력이나 세부 전공 여부, 직급 등의 다른 모든 요인을 조정해도 이같은 차별은 여전했다.
모든 항목에서 여성 전문의가 남성 전문의보다 성차별을 경험할 가능성이 3.4배나 높았던 것. 또한 이는 나이와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 경력 20년 이상의 전문의와 그 미만의 전문의 사이의 인식을 조사해도 이같은 경향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젊은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의사 사회에서 여성 비중이 늘어나더라도 이같은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성차별에 대한 인식도 여성 전문의와 남성 전문의간에 분명한 차이가 존재했다. 성차별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서도 여성과 남성간에 괴리가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 불이익을 묻는 질문에 여성 전문의의 87,9%는 보직 등에 임명되는데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응답을 내놨다. 하지만 남성 전문의 중에 이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55%에 불과했다.
승진 등의 이슈에 대해서도 여성 전문의는 79.4%가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했지만 남성 전문의는 27.9%만이 그렇다는 응답을 내놨다.
그렇다면 이같은 성차별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연구진은 10가지 항목을 제시하고 성차별이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3가지 이유를 꼽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남성 전문의들은 57.3%가 여성과 남성의 신체 능력 차이를 꼽았다. 이어서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51.8%)을 거론했다.
여성 전문의들은 68.7%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꼽았다. 이어 65.7%의 여성 전문의는 남성 전문의에 대한 막연한 편애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국내 의사들의 성차별 현황을 조사한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여성 전문의가 직면하는 모든 범위의 성차별을 설명하는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성차별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단계이자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